금융감독원이 이른바 ‘채권 돌려막기’ 관행으로 적발된 6개 증권사에 대해 ‘일부 영업정지’ 처분을 사전 통보하면서 관련 회사 모두가 사실상 중징계 조치를 받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금융투자 업계에 확산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제재 수위는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를 거쳐 이후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최종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미래에셋증권(006800)·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005940)·교보증권(030610)·유진투자증권(001200)·SK증권(001510) 등 국내 증권사 6곳에 대해 신탁·랩어카운트 영업을 일부 정지하는 중징계 처분을 사전 통보하고 지난 12일 제재심을 열었다. 6개 증권사 가운데 일부의 소명을 들은 금감원은 나머지 증권사의 최종 해명도 듣기 위해 오는 26일 제재심에 해당 징계 수위를 다시 한 번 검토하기로 했다. 금감원이 검토하는 징계에는 자기자본까지 동원 투자한 증권사에 한해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제재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금감원은 국내 9개 증권사들이 단기 투자 상품인 신탁·랩 계좌에 유치한 자금으로 장기 채권에 투자하는 ‘만기 불일치’ 전략을 활용해 불건전 영업 행위를 벌였다고 보고 지난해부터 강도 높은 조사를 이어왔다. 금감원은 2022년 9월부터 자금시장이 경색되고 채권형 랩·신탁 가입 고객들이 대규모 환매를 요청하자 증권사들이 법을 어기고 투자 손실을 보전해줬다고 판단했다. 만기 불일치 운용은 높은 수익률을 낼 목적으로 단기 랩·신탁 계좌에 유동성이 낮은 고금리 장기채권이나 기업어음(CP)을 편입하는 자산 관리 방법이다. 증권사들은 “손실을 덮을 목적이 아니라 시장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거래를 진행했다”고 항변했으나 금감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금감원은 올 6월 하나증권과 KB증권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로 일부 영업정지의 중징계 처분을 내린 바 있다. 금감원은 당시 랩·신탁 담당 운용역과 담당 임원에 대해서도 중징계를 결정하고 이홍구 KB증권 대표에게는 경징계인 ‘주의적 경고’ 조치를 내렸다. 9개 증권사 가운데 유안타증권(003470)만 아직 제재 통보를 받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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