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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크레딧 제도…정부가 보험료 내준다고?[뒷북경제]

첫째 아이부터 국민연금 가입기간 12개월 인정

군 복무 크레딧도 확대…6개월→복무기간 전체





최근 정부가 공식 발표한 국민연금 개혁안에는 ‘크레딧’ 제도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출산과 군 복무를 한 국민연금 가입자에게 일정 가입 기간만큼의 보험료를 지원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이렇게 하면 가입자의 국민연금 총가입 기간이 늘어나 연금 급여액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연금 급여액을 결정하는 실질 소득대체율은 가입 기간에 비례해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국민연금은 최소 10년을 가입해야 연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가입기간 10년부터 20년 사이에는 모두 소득대체율 20%를 적용받습니다. 가입기간 20년부터는 1년 늘어날 때마다 소득대체율이 1%포인트씩 높아집니다. 그렇게 40년을 가입하면 40%를 지급하는 구조입니다. 크레딧 제도를 통해 지원받은 기간만큼 연금 급여액이 높아진다는 의미입니다.

크레딧 제도를 강화하자는 주장은 처음 나온 것이 아닙니다. 지난해 발표한 ‘국민연금 제5차 종합운영계획’은 물론 21대 국회 연금개혁 시민참여 공론화 과정에서도 관련 제도가 논의됐습니다. 22대 국회 들어 다수의 국회의원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하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발의해 둔 상황이어서 가까운 시일 내에 어떤 형태로든 크레딧 제도는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내부. 연합뉴스


우선 출산 크레딧부터 살펴봅시다. 출산 크레딧은 아이를 낳고 기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일정 기간 경제활동에서 배제된다는 점을 고려해 2008년부터 도입된 제도입니다. 둘째아는 12개월, 셋째아부터는 18개월씩 인정됩니다. 다만 지원되는 최대 기간은 50개월입니다. 보험료는 가입자 개개인의 소득과 무관하게 ‘가입자 전체의 3년 평균 소득(A값)’을 기준으로 책정됩니다. 올해 A값이 298만 9237원이니 월평균 26만 9031원(보험료율 9%)의 보험료가 지원되는 셈입니다.

정부는 첫째 아이부터 12개월씩 가입기간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편하겠다는 안을 제시했습니다. 제도 도입 당시와 달리 저출생 현상이 상당히 심각해 졌다는 점을 고려한 것입니다. 지원 기간 상한도 없애기로 했습니다. 현행 제도대로라면 다섯째 아이 부터는 사실상 크레딧 제도의 지원을 받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대신 출생순위와 무관하게 출생아마다 12개월씩 지원할 계획입니다.

보험료 지원 시점과 재원은 쟁점으로 남아있습니다. 지금은 국민연금을 수급하는 시점에 출산 크레딧을 적용해 보험료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2008년 이후 출산한 가입자 중 연금을 수급하는 사람은 매우 소수에 그치기 때문에 실제 출산 크레딧 보험료 지원 실적은 상당히 미비합니다. 보험료를 전액 정부가 부담하는 것도 아닙니다. 현행 제도는 예산에서 30%, 국민연금 기금에서 70% 지급하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이렇다보니 2024년 보건복지부가 출산 크레딧 사업을 운영하기 위한 목적으로 편성한 예산은 11억 1400만 원에 그쳤습니다. 2025년 예산에도 12억 8800만 원만 반영돼있습니다.



정부안은 물론 여야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에는 보험료 지급 시점을 출산 시기로 앞당기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재정여력이 있을때 보험료를 미리 지원해두면 연기금 운용 과정에서 수익이 붙으므로 국민연금 재정에 더 도움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보험료 역시 정부가 100% 부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우세합니다. 국민연금 기금은 가입자들이 미래에 연금을 수령하기 위해 자산을 축적해둔 것인데 정부의 지원 정책을 집행하는데 이 돈을 활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기 때문입니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정부가 제시한 방안대로 개혁할 경우 향후 10년간 연 평균 1조 1000억 원의 재정이 추가로 필요할 예정입니다. 다만 재정 당국은 구체적인 크레딧 재원 지원 방식과 비중 등은 국회 논의를 거쳐 확정될 문제라는 입장입니다.

이기일(왼쪽 두번째) 보건복지부 제1차관이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오건호(왼쪽 첫번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 남찬섭 동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와 연금개혁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군 복무 크레딧은 복무기간 전체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확대하는 것이 기본 골격입니다. 현행 제도는 현역·상근예비역·사회복무요원 등의 방식으로 군 복무 의무를 마친 자에게 6개월씩 가입 기간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병역 기간에는 경제활동을 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입니다. 출산 크레딧과 함께 2008년 도입됐습니다. 보험료 산정 기준이 되는 소득은 A값의 절반입니다. 보험료 지원 시점은 역시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할 때로 설정돼있습니다. 보험료는 국고에서 100% 지원됩니다. 2008년 이후 군 복무를 마친 사람 중 현재 국민연금을 받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관련 예산은 편성돼있지 않습니다.

정부는 군종에 따라 복무기간 전체를 가입기간으로 인정할 계획입니다. 육군과 해병대는 각각 18개월, 해군은 20개월, 공군과 사회복무요원은 21개월 씩입니다. 보험료 지원 시점도 군 복무를 마쳤을 때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이 경우 제도 개편 직후부터 상당액의 예산이 군복무 크레딧에 소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크레딧 제도 강화에 대한 여론은 호의적인 편입니다. 21대 국회 연금개혁 특별위원회가 진행했던 시민 참여형 공론화위원회에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500명)의 82.6%가 출산 크레딧 확대의 필요성에 공감했습니다. 군 복무 크레딧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도 57.8%가 동의했습니다.

복지부는 출산·군 복무 크레딧 외에도 저소득 지역가입자를 위한 보험료 지원도 강화해 나갈 방침입니다. 임금근로자가 아닌 경우 지역가입자가 되기 때문에 저소득 지역가입자란 대개 영세 자영업자를 의미합니다. 정부는 사업중단·실업 등의 사유로 국민연금 납부예외자가 됐다가 다시 보험료를 내기 시작한 지역가입자에 한해 종합소득이 연 1680만 원 이하인 경우 보험료의 50%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지원 기간은 12개월입니다.

다시 사업을 일으킨 자영업자의 보험료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취지지만 지원기간이 너무 짧다는 지적이 이어져왔습니다. 지원 대상이 ‘납부 재개자’에게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입니다. 이에 정부는 지원대상에 일정 소득 이하의 지역가입자를 포함하고 지원 기간을 최대 36개월까지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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