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대장암의 진단이 지연되고 수술을 제때 받지 못해 합병증이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 고강도의 방역규제로 병원 방문이 까다로워진 데 따른 폐해가 국내 연구자에 의해 증명된 것이다.
김종완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외과 교수 연구팀은 한림대의료원 산하 병원 등 대학병원 5곳에서 대장암 수술을 받은 환자 2038명의 수술 결과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18일 밝혔다.
분석에 포함된 2038명 중 987명은 코로나 유행 전인 2017~2019년에, 나머지 1051명은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확산한 2020~2022년에 대장암 수술을 받았다.
분석에 따르면 코로나 기간 수술을 받은 그룹의 합병증 발생률은 27%로 코로나 이전 수술그룹 15.6%보다 1.7배 증가했다. 코로나 기간 수술그룹에서 2개 이상 합병증이 발생한 비율은 41.2%로 코로나 이전 수술그룹의 33.1%보다 1.2배 높았고, 3~5등급의 중증 합병증 비율도 각각 10.8%와 7.2%로 1.5배가량 차이를 보였다. 대장암 수술 후 합병증으로는 수술 부위 감염, 장마비, 출혈 등이 보고됐다.
연구팀은 대장암 수술 후 합병증 비율이 이토록 차이가 나는 이유로 암을 조기에 진단하지 못하거나 적절한 수술시기를 놓쳤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코로나 기간 수술그룹은 응급수술(11.6% 대 7.9%), 장루 형성(27.4% 대 21.4%), 직장암 환자(12.5% 대 8.9%) 같은 합병증 비율이 코로나 이전 수술 그룹에 비해 약 1.3~1.5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종양의 주변 림프관 침윤(46.6% 대 37.5%), 종양이 주변 침윤과 함께 장벽의 모든 층으로 확장된 T4 단계(19.4% 대 13.9%) 비율도 코로나 유행 전후에 따른 차이를 보였다. 코로나 기간 수술을 받은 환자들이 코로나 이전에 수술을 받은 환자들보다 암이 더 많이 진행됐음을 짐작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코로나 기간 응급수술이 증가했다"며 "그로 인해 수술 전 대장 내부를 비우는 장 정결이 적절히 이뤄지지 못해 문합부 누출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장루 형성률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코로나 기간에 정기 검진이 줄면서 결장암 진단 자체는 감소했으나 혈변, 항문 통증 등 증상이 동반되는 직장암 진단 비율은 상대적으로 더 늘었다는 분석이다. 김 교수는 “코로나 기간에 병원 내에 코로나 환자들이 급증하고 감염에 대한 우려로 사람들이 병원 방문을 주저하면서 대장암 진단이 지연됐다”며 "대장암의 진단 및 치료가 지연되면 수술 후 합병증 증가와 장루 형성에 따른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연구 결과”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연구에서 두 그룹의 2년 생존율은 91%로 유사하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대장암 수술 후 추적기간이 평균 24개월에 불과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장기간 추적관찰 결과도 분석할 예정이다.
이번 연구는 한림대의료원의 임상연구과제 지원으로 이뤄졌으며 SCIE급 국제 학술지인 ‘Cancer Management and Research’ 최근호에 실렸다. 인구 비율이 높은 서울시, 경기도, 강원도 지역에 위치한 2, 3차 대학병원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해 높은 신뢰성을 갖췄다고 평가 받는다.
대장암은 국내에서 세 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사망률도 세 번째로 높은데 정기 검진을 받고 평상시 증상을 잘 살펴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 예후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9월은 대한대장항문학회가 대장암 예방과 조기 검진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지정한 ‘대장암의 달’이다. 50세 이상의 성인은 국가 암검진을 통해 매년 대변잠혈검사를 받을 수 있다. 대변잠혈검사에서 양성 소견이 나오면 대장내시경을 권고한다. 50세가 되지 않았더라도 배변 시 항문 통증, 출혈, 배변 후에도 변을 보고 싶은 이급후증 등의 증상이 있다면 전문의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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