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고객관계관리(CRM) 기업인 세일즈포스가 인공지능(AI) 비서로 업무 자동화 효율을 대폭 높인 CRM 소프트웨어 ‘에이전트포스’를 공개했다. 세일즈포스는 에이전트포스가 챗봇의 한계를 넘어서 자율적인 활동이 가능해 시범 도입한 기업의 경우 업무 40%가량을 자동으로 처리했다고 소개했다.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최고경영자(CEO)는 전날 AI 챗봇 ‘코파일럿’ 업데이트를 공개한 마이크로소프트(MS)를 겨냥하면서 AI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시장에서의 본격적인 경쟁을 선언했다.
베니오프 CEO는 17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연례 행사 ‘드림포스 2024’에 참석해 “에이전트포스를 사용하면 마치 무인택시 ‘웨이모’를 처음 타볼 때처럼 ‘운전자가 없는데 운행이 되는’ 듯한 놀라움을 경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일즈포스는 클라우드 구독을 기반으로 한 CRM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 ‘SaaS의 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글로벌 CRM 시장에서 압도적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베니오프 CEO는 “기업용 AI의 첫번째 파도가 데이터를 이용한 예측이었고, 두번째 파도가 도우미(코파일럿)이었다면 세번째는 ‘비서(에이전트)’”라며 “자연어로 쉽게 AI 비서를 구축해 노동력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에이전트포스를 도입한 출판사 ‘와일리’는 판매 업무의 40%를 자동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고 세일스포스는 전했다. 베니오프 CEO는 “디즈니랜드에 간다면 단순히 기구의 고장 여부나 현재 대기인 수를 알려주는 선에 그치지 않고 방문자의 과거 취향과 놀이공원 전체 상태를 분석해 가장 짧은 대기 시간으로 탈 수 있는 선호 기구로 알아서 안내해준다”는 예시를 들었다.
베이오프 CEO는 CRM·AI 경쟁사인 MS에 대한 날선 감정도 감추지 않았다. 세일즈포스는 산하에 둔 업무협업툴 ‘슬랙’과 관련해 유럽연합(EU)에서 MS와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그는 “최근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서 MS 코파일럿이 고객 정보를 유출한다고 밝혔고, (코파일럿의 기반 기술인) 챗GPT는 환각 문제가 크다”며 “세일즈포스는 소비자 데이터를 절대 상품으로 삼거나 학습하지 않고 신뢰성을 위해 환각을 최소화했다”고 강조했다. 또 “최근 EU 성명서를 읽어보면 넷스케이프가 떠오른다”며 “MS는 ‘흥미로운 비즈니스 철학’을 지닌 회사”라고 비꼬았다. MS는 과거 인터넷 브라우저 끼워팔기로 넷스케이프를 고사시켰다는 이유로 반독점 소송에 직면한 바 있다.
베니오프 CEO는 실리콘밸리의 ‘지역 유지’나 다름 없는 인물이며 드림포스는 샌프란시스코 지역 축제로 자리잡았다. 명성을 반영하듯 올해 행사에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게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등이 참석했다. 대담에 나선 황 CEO는 “1~2년간 AI 비서가 급속도로 발전할 전망으로 에이전트포스가 그 첫번째 영역의 문을 열고 있다”며 “앞으로 도구를 사용하고 추론하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비서를 갖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지금이 내 인생에 있어 최고의 시간으로 앞으로 10년 간 일어날 변화는 일생일대의 기회”라고 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