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엔데믹 이후 해외여행이 크게 증가하면서 올해 8월까지 해외 여행자보험의 신계약 건수가 지난해 연간 규모를 뛰어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손해보험사들의 저가 여행자보험 상품이 20~30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면서 가입 건수를 끌어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여행자보험을 판매하는 11개 손해보험사(삼성·현대·DB·KB·한화·메리츠·흥국·AXA·NH농협·카카오페이·신한EZ)의 해외 여행자보험 신계약 건수는 173만 5722건으로 8개월 만에 지난해 연간(170만 9215건) 규모를 넘어섰다. 원수보험료는 450억 5172만 원으로 지난해(571억 9890만 원)의 약 79% 수준에 다다른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여행자보험의 신계약 건수와 원수보험료는 각각 9만 702건, 16억 3683만 원으로 지난해 전체의 87.3%, 62.5% 수준을 기록했다. 지금과 같은 증가 속도를 유지할 경우 국내 여행자보험의 신계약 건수와 원수보험료 모두 지난해 규모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여행자보험 가입 건수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것은 여행자보험에 가입하는 평균연령이 점차 낮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디지털 손해보험사들은 기존 손보사보다 최대 절반 이하 가격의 상품을 출시하면서 2030세대의 가입을 유도했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올 1월 여행자보험의 연령별 신계약 건수 중 40대 이상 비중은 45%로 전년 동기(55.2%)에 비해 10%가량 감소했다. 반면 20~39세 비중은 같은 기간 44.2%에서 54.4%로 늘었다.
최근 가장 높은 인기를 끄는 곳은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이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 관계자는 “가입자가 직접 보장 항목을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강점”이라며 “소비자는 비행기 2시간, 수하물 4시간 이상 지연될 때를 대비해 최저 390원의 보험에 가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가입자가 사고 없이 안전하게 귀국하는 경우 보험료의 10%를 환급하는 것도 특징 중 하나다.
신한EZ손해보험도 보험사가 보장 항목을 정해주는 실속플랜·기본플랜 외에도 ‘셀프플랜’을 통해 가입자의 필요에 따라 보장 항목을 직접 구성해 가입할 수 있다. 보험사 관계자는 “여행자보험에 가입하는 소비자의 평균연령이 낮아지면서 젊은 세대의 보험 가입이 늘었다”며 “2030세대를 중심으로 직접 필요한 보장 항목을 구성하는 가성비 상품에 대한 인기가 증가했다”고 했다.
최근 보험개발원이 국내 최초로 지수형 보험에 대한 보험요율을 산출하는 등 금융 당국을 중심으로 지수형 보험 도입이 추진되는 가운데 여행자보험 시장은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수형 보험은 손실과 관련된 지표를 사전에 정하고 지표에 따라 특정 조건을 충족하면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예를 들어 여행자가 지수형 여행자보험을 가입했는데 비행기가 예정 출발 시간보다 지연됐다면 별도의 증빙 자료 없이도 사전에 정해진 요율에 따라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수형 보험은 보험사 입장에서 보험금 과다 청구를 막을 수 있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별도의 서류 준비 없이 빠르고 간단하게 보장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여행자보험 시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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