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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보험료 차등인상 현실적"…50대 "경제력에 따라 올려야"

■'국민연금 개편안' 관련 20~50대 51人 심층인터뷰

"자동조정장치, 꼭 필요하다면 수용

4%P 인상은 실제론 44% 올린 꼴

수령액 삭감, 일방적 결정해선 안돼

공무원·군인 등 연금도 함께 개혁을"





“연금은 지속 가능성이 중요합니다. 자동조정장치도 지속 가능성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입니다.”(27세 대기업 직장인 박효정 씨)

“연금이 고갈되면 안 되겠지만 지금도 월세에 공과금을 내면 형편이 빠듯합니다.”(49세 중소기업 직장인 김경은 씨)

서울경제신문이 전국 20~50대 성인 남녀 5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부의 연금 개편안에 대한 심층 인터뷰는 국민연금의 바람직한 개혁 방안을 찾기 위해 시행됐다. 20대 13명과 30대 12명, 40대 14명, 50대 12명으로 세대별 의견을 최대한 담았고 직업도 취업준비생과 대학생(20대), 대기업 종사자, 중소기업 노동자, 자영업자, 공기업 근로자 등을 모두 포함했다. 단순 설문보다는 국민들의 생각을 자세히 들을 수 있게 심층 인터뷰라는 형식을 택했다.

결과는 명확했다. 현재 9%인 보험료율을 13%로 인상하는 정부 개혁안에 관해서는 대체로 “수용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김 모(29·스타트업) 씨는 “소득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4%포인트 인상은 실제로 보험료로 내는 돈이 지금보다 44% 인상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대 간 인상 속도를 다르게 적용하는 데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정부는 20대는 매년 0.25%포인트씩 16년간, 50대는 매년 1%포인트씩 4년간 총 4%포인트의 보험료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 젊을수록 인상 속도가 느리고 50대는 가장 빠르다. 취업준비생인 김창영(24) 씨는 “정부가 청년 세대의 보험료 납부 기간 등을 고려해 세심한 정책을 내놓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중간에 낀 40대인 조선영(42·금융사) 씨는 “연령대에 따라 입장이 다를 수 있겠지만 현실적인 타협안”이라고 답했다.

반면 부담이 급격히 증가하는 50대의 생각은 이번에도 온도 차이가 있었다. 김 모(51·중소기업) 씨는 “국민연금이 어렵다는 건 알겠지만 50대가 무슨 죄가 있느냐”며 “돈을 그저 더 내라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나이가 아닌 경제력에 따라 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 모(54·유통업) 씨는 “사회보험은 경제적 능력에 따라 지불하는 게 기본 원칙”이라고 비판했다. 양보미(33·금융업) 씨도 “세대보다는 소득별로 보험료를 차등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차등 인상의 실제적인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이 모(47·공기업) 씨는 “인상 효과를 높이려면 모든 세대에 동일한 요율을 적용해야 한다”며 “연금 진입 세대에 따라 속도에 차등을 두면 보험료율 인상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모(25·대학생) 씨는 “인상 속도에 차이가 있다지만 결국은 4%포인트 올리는 건 같은 것 아니냐”고 밝혔다. 감당 가능한 보험료율 상한선으로는 15%를 가장 많이 꼽았다.





정부가 새로 도입하기로 한 자동조정장치에 대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면 도입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많았다. 자동조정장치는 가입자 수와 기대수명에 따라 연금 수급액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제도다. 김선진(25·잡지사 에디터) 씨는 “일본과 독일·스웨덴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대다수가 연금제도에 자동조정장치를 운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기금 고갈에 대한 우려가 큰 우리나라도 도입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김현동(25·경제단체) 씨도 “재정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 흔들리지 않는 장치를 마련했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이 모(58·자영업자) 씨는 “버스요금을 조정할 때도 많은 의견을 수렴한 뒤 결정한다”며 “국민 대다수의 삶이 걸려 있는 연금 수령액을 삭감하는 문제를 일방적으로 정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지연(51·인테리어업) 씨도 “결국 정부는 손해를 보지 않겠다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기초연금과 퇴직연금을 강화해 노후 소득 보장 기능을 확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심 모(31·중소기업) 씨는 “퇴직연금은 지금도 별로 활성화가 잘 안 돼 있는데 전 사업장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재정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기초연금도 40만 원으로 일괄적으로 올릴 것이 아니라 저소득층 위주로 선별적으로 적용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연금 개혁안이 국민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공무원연금·군인연금 등 특수직역 연금에 대한 개혁도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모(53·골프업계) 씨는 “막대한 세금이 들어가는 공무원연금에 대한 개혁도 강하게 이뤄졌으면 한다”고 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이달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연금개혁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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