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월 말 기준으로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부동산 투자 가운데 부실 우려가 있는 사업장 규모가 2조 5000억 원 수준까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 당국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른바 ‘빅컷(0.50%포인트 금리 인하)’을 단행한 상황에서도 글로벌 부동산 시장이 여전히 불안정하다며 부실 사업장이 추가로 더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19일 금융감독원은 3월 말 국내 금융회사가 투자한 단일 사업장(부동산) 규모를 34조 5000억 원으로 파악하고 이 중 2조 5000억 원(7.27%)어치 사업장에서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기한이익상실은 이자·원금 미지급이나 담보 가치 부족 등으로 대출금을 만기 전에 회수하는 것을 말한다. EOD 발생 규모는 지난해 9월 말 2조 3100억 원, 같은 해 12월 말 2조 4100억 원 등 매 분기 1000억 원가량 증가하고 있다. 전체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잔액 가운데 올해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규모는 총 6조 8000억 원(11.9%)으로 조사됐다.
금감원은 재택근무 확대 등으로 오피스 빌딩 시장의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어 EOD 발생 사업장이 더 증가할 수 있다고 봤다. 본격적인 금리 인하기에도 시장 상황이 나아지지 않아 올해 안에 만기를 맞는 해외 부동산 투자 물량 6조 8000억 원어치 가운데 부실 물량이 더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금감원은 “금융권의 해외 부동산 투자 규모가 총자산 대비 1% 미만이라 관련 손실이 전체 금융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특이 사업장 현황을 상시 감시해 금융사의 손실 인식, 손실 흡수 능력을 제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3월 말 국내 금융권의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잔액은 57조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6000억 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금융권 총자산 6985조 5000억 원의 0.8% 수준이다. 업권별로는 보험이 31조 3000억 원(55.0%)으로 가장 많았고 은행 12조 원(21.0%), 증권 7조 8000억 원(13.8%), 상호금융 3조 7000억 원(6.4%), 여신 전문 금융 2조 1000억 원(3.7%), 저축은행 1000억 원(0.1%)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투자 대상 지역별로는 북미가 36조 1000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유럽 10조 2000억 원, 아시아 3조 9000억 원, 기타·복수 지역 6조 7000억 원 등의 순이었다. 만기별로는 2030년까지 돌아오는 규모가 44조 1000억 원(77.4%)으로 가장 많았다.
금감원은 “미국·유럽 등의 부동산 시장도 개선되지 않고 있어 전체 대체투자 금액은 줄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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