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시장에서 독주중인 미국 MSD의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 9가 백신이 경쟁사들의 개발 참여로 10년 만에 경쟁 구도에 접어들지 관심이다. 미국 등에서 2028년 가다실의 주요 특허가 만료되는 만큼 국내 제약·바이오업체들도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9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중국의약품 평가센터는 완타이바이오의 9가 자궁경부암예방 백신의 승인 신청을 지난달 26일 수락했다. 완타이는 자회사 샤먼 이노백스 바이오와 협업으로 HPV 2가 백신을 출시했던 회사다. 현재 중국 내 HPV 유형 9개를 예방하는 9가 백신은 MSD의 가다실9가 유일하다.
HPV 백신 시장은 규모가 가장 큰 백신 시장 중 하나로 꼽힌다. 전 세계 신규 HPV 감염자는 연간 3억 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33개국에서 남녀 모두에게 HPV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개발 난이도가 높아 9가 백신의 경우 2014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MSD의 ‘가다실9' 독점 체제가 10년 째 유지되고 있다. 2가 백신인 서바릭스 개발에 성공했던 영국 글락소 스미스 클라인(GSK)는 올해 7월 “성공 여부가 불확실하다”며 차세대 HPV 백신 개발을 중단했다.
업계에서는 경쟁 제품이 출시될 경우 백신 가격도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는 자국 업체들이 2가 백신 개발에 성공하며 접종 가격이 2년 전 보다 90% 가까이 하락했다. 다만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이번 제품은 중국 내 임상만 진행된 만큼 한국 등 글로벌시장 진출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3회 접종을 권고하고 있는 가다실9의 국내 총 접종 비용은 60만원에 달한다.
국내 기업들도 HPV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가장 앞서 있는 곳은 SK바이오사이언스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미국 바이오기업 선플라워 테라퓨틱스와 HPV 10개 유형을 예방하는 10가 백신의 후보 물질을 발굴하고 있다. 유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정부에서 HPV 백신 개발 지원금 19억 원을 받았다. 다만 아직 개발 초기 단계로 가다실9의 특허 만료 이후 개발이 완료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자궁경부암 백신으로도 알려진 HPV 백신은 현재 암을 예방할 수 있는 세계에서 유일한 백신으로 개발 난이도가 높은 만큼 상업화에 성공한 업체가 적다”며 “가격 인하를 위해서는 국산화가 조속히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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