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자금조달비용지수(COFIX·코픽스)가 8월 0.06%포인트 떨어져 세 달 연속 하락했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금융 당국의 ‘관치 발언’에 은행들이 금리를 올리며 대출 수요 관리에 나서왔지만, 자금 조달 비용 하락으로 대출금리가 다시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해 국내 기준금리 인하도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이어서 가계부채 관리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역시 이를 의식해 “가계대출의 안정적 관리 기조를 확고히 유지하고 필요시 상황별 거시 건전성 관리 수단이 적기에 시행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8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3.36%로 직전 달(3.42%)보다 0.06%포인트 낮아졌다. 코픽스는 올 6월 하락세로 전환한 뒤 석 달 연속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잔액 기준 코픽스도 0.02%포인트 하락한 3.67%, 신잔액 기준 코픽스는 0.01%포인트 내린 3.14%로 집계됐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로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과 은행채 등 수신 상품의 금리 변동이 반영된다.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등 시장금리의 하락세도 이어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고정형 주담대 금리의 기준이 되는 5년물 은행채(무보증·AAA) 금리는 이달 13일 기준 3.145%로 7월 초(3.49%)보다 0.345%포인트나 내렸다. 5년 만기 금융채는 주담대 혼합형·주기형에 적용되는 금리의 준거금리로 사용된다.
코픽스·은행채 동반 하락으로 ‘관치금리’ 효과도 일부 상쇄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들은 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요청으로 7~8월에 대출금리만 20차례 이상 올렸다. 하지만 또다시 코픽스가 인하되고 은행채 금리도 떨어짐에 따라 은행들은 올렸던 주담대 금리를 다시 낮춰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 은행들은 20일부터 신규 주담대 변동금리를 인하한다. KB국민은행은 주담대 신규 취급액 코픽스 기준 변동금리(6개월)를 4.56~5.96%에서 4.50~5.90%로 0.06%포인트 낮춘다. 같은 기준의 전세자금대출(주택금융공사 보증) 금리도 4.21~5.61%에서 4.15~5.55%로 인하한다. 우리은행은 주담대 신규 취급액 코픽스 기준 변동금리를 5.11~6.31%에서 5.05~6.25%로 0.06%포인트 인하할 예정이다. 코픽스가 아닌 금융채를 기준으로 주담대 금리를 산정하는 신한·하나은행의 경우 시간차를 두고 하락분이 반영될 예정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변동금리 하락으로 대출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면서 “연내 기준금리 인하가 전망되는 상황이라 올 4분기 가계대출이 더욱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도 난항이 예상된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빅컷(0.50%포인트 금리 인하)을 단행하는 등 본격적인 금리 인하 국면에 진입하면서 은행의 조달금리와 이에 따른 코픽스 하락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리가 떨어지면 수개월간 이어지고 있는 가계부채 증가세를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당국은 가계대출 억제 기조를 유지할 방침이다. 이 원장은 이날 ‘금융상황점검회의’를 열고 “과거 미국의 금리 인하 사례(7회) 중 4회는 1년 이내에 미국 경기가 연착륙했으나 3회는 경기 침체로 이어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됐다”며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은행권 자율 심사 기준 강화 등 가계부채 관리 대책의 효과를 세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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