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이 원전 추가 수출을 위해 과도한 업무량을 줄이고 불필요한 야간 정비를 감축해 업무 효율성을 대폭 끌어올리기로 했다. 제2, 제3의 체코 원전 신화를 쓰기 위한 포석이다.
19일 산업부에 따르면 한수원은 9일부터 11일까지 경주 시내에서 한수원의 업무 효율화를 위한 내부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행사에는 정비 분야 직원 40여 명이 참석했고 이상민 한수원 기술부사장이 동석했다.
한수원은 내부 토론회 내용과 임직원의 의견을 토대로 향후 원전 운영·관리 및 업무 방식을 업그레이드하기로 했다. 우선 불필요한 업무량을 최대 30% 가까이 과감하게 줄인다. 업무 총량 감축을 선언한 것이다. 이를 위해 과도한 수준의 고장 정비와 불필요한 업무 대기를 하지 않기로 했다.
불요불급한 야간 정비도 감축한다. 야간 업무에 투입되는 정비 직원들의 업무 과정도 재평가한다. 해외 원전 업체를 벤치마킹해 운전·정비 분야 직원의 업무를 간소화하고 표준화하는 작업을 병행한다. 운전과 정비 분야 직원들의 업무를 표준화하면 불필요한 업무에 투입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한수원의 설명이다. 현재 설비 부서, 운전 및 정비 분야 직원들은 야간 대기조를 운영하고 있는데 불필요한 야간 정비를 줄이고 행정을 효율화해 업무 스트레스를 줄이는 등 여건 조성에 주력하기로 했다.
한수원은 서류 작업도 최대한 줄이고 핵심 업무에만 집중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업무 개선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이에 대한 평가 기준을 만드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한수원의 관계자는 “내부 조직 진단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려고 한다”며 “조직을 슬림화하고 효율화해서 발전소의 운영 효율을 높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업무 방식 개편은 황주호(사진) 사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황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우리 기술로 지은 바라카 원전 운영 체계를 우리 운영 체계가 아니라 다른 나라의 것을 쓰는 이유를 냉철하게 생각해보자”며 “운영 체계 고도화로 체질을 개선하고 경쟁력을 높여 원전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절치부심해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수원의 오래된 업무 방식을 뜯어 고치지 않으면 원전 수출에 성공해도 반쪽짜리가 될 수 있다는 절박함이 배어 있는 것이다. 지난해 조직 개편으로 일부 직원들이 주 52시간이 넘는 근무를 하는 상황도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한 원인이 됐다. 에너지 공기업의 한 관계자는 “체코 신규 원전 수주로 원자력 산업 생태계가 회복되고 있는 가운데 한수원이 적극적으로 생산성 제고에 나서고 있는 것 같다”며 “다른 에너지 공기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수원은 직원들의 업무 부담이 줄어들고 더 효율적으로 일하게 되면 사기가 올라가고 원전 추가 수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수원은 7월 체코의 신규 원전 건설 사업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되면서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5년 만에 쾌거를 이뤘다. 내년 3월 24조 원 규모의 두코바니 원전 2기 건설 사업 최종 계약을 앞두고 있으며 테믈린 지역에 2기를 추가로 건설할지는 5년 내에 결정된다. 한수원은 이러한 성과를 토대로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 목표 달성을 위해 총력을 쏟기로 했다. 산업부의 관계자는 “한수원의 노력이 우리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원전 생태계 복원 가속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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