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주거비 부담 완화를 위한 (정부의) 정책금융 확대와 집값 상승간 악순환이 있다”고 밝혔다. 최근의 가계대출 증가와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가격 급등을 막기 위해서는 정책금융을 손봐야 한다는 뜻이다.
한은이 20일 공개한 국회 ‘대한민국 전환과 미래포럼’ 자료집에 따르면 이 총재는 지난달 말 이 행사에 참석해 “과도한 수도권 집중과 입시경쟁 심화로 서울 집값이 더욱 상승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자원배분(대출)도 부동산으로 과도하게 집중돼 있다”며 “(수도권은) 식료품 등 여타 필수 생계비 수준도 높다”고 지적했다. 과도한 입시경쟁이 수도권 집중을 부채질하고 있으며 이것이 집값 상승으로 이어져 학생과 부모도 모두 불행한 사회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책금융이 집값 상승에 한몫했다는 게 이 총재의 판단이다. 정책대출과 공적보증을 합한 부동산 관련 정책금융 규모는 2015년 229조 원에서 2023년 701조 원으로 206.1%(3.06배) 증가했다. 이 기간 전체 주택담보대출에서 정책금융이 차지하는 비율은 35.8%에서 65.9%로 급증했다. 주요 정책금융으로는 버팀목·디딤돌 대출, 보금자리론 등이 있다.
부동산 대출도 과도하다. 2019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에서 부동산업이 차지하는 비중보다 전체 대출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2.5배 이상 높다. 2010년 약 1.5배에서 크게 뛰었다. 제조업 전기장비, 전문과학 등 다른 분야에서 해당 비중이 감소세를 보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총재는 저출생과 고령화가 성장잠재력 악화의 주범인 만큼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구조개혁은 여러 계층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쉽지 않은 만큼 정치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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