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광주를 찾아 문재인 정부의 ‘9·19 평양공동선언’ 계승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힌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0일에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김대중 정신’의 적극적인 실천을 다짐했다.
김 지사는 20일 오후 광주 동구 구성로 아트 스페이스 ‘예술이 빽그라운드’에서 광주지역 청년예술인 10여 명과 현장간담회를 갖고 다음 달 30~31일 빛고을시민문화관 무대에서 선보이는 연극 ‘사형수 김대중’을 중심으로 약 1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다. ‘사형수 김대중’은 전두환 신군부 시절 1980년 9월 내란음모 등의 혐의로 사형을 선고 받은 50대 중년 남성 김대중의 수난사를 다룬 작품이다.
작품을 기획한 오성완 극단 푸른연극마을 대표는 “김대중이라는 이름 석자는 정치적이었다. 너무 정치적으로만 연호됐다”며 “그러다보니 여론에 의해서 곡해돼 있는, 잘못 인식된 것들이 너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형수 김대중을 작품에 담은 이유는 신군부 사형 선고 후 신군부의 ‘대통령 빼고 모든 것을 다 주겠다’고 했다는 신군부의 회유를 목숨을 걸고 일절 거절하는 인간 김대중의 모습을 그려보고 싶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김현경 배우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치적으로만 이용되는 인물로는 아쉽다”며 ‘사형수 김대중’의 새로운 접근을 옹호했다.
한 참가자는 “노벨 평화상을 받은, 세계에서 한국 정치인으로서는 가장 유명한 김대중이라는 인물을 최근 들어서 시민들이 오히려 거리를 두려고 한다는 느낌이 든다”며 “전혀 부끄러워할 인물이 아니다.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떳떳한 인물인데 이번 작품을 통해 널리 알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이에 “광주가 없었다면 우리나라의 민주화도 없었고, 김 전 대통령이 없었다면 IMF 극복도 없었을 것”이라며 “(우리나라는)광주와 김 전 대통령에게 빚진 게 많다"고 말했다. 특히 “김 전 대통령을 민주주의 발전과 경제위기 극복 등 업적보다는 사형수 김대중의 인간적인 모습을 담았다고 하는데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10월 말에 초연이 끝나면 경기도에서 공연 해 달라”고 오성완 대표에게 요청했다.
김 지사는 간담회 참가자들에게 40년 넘는 관료생활과 3년 남짓 정치이력의 중심에 ‘김대중 정신’이 자리 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김 지사의 수원 광교 경기도청 집무실에는 '나는 마지막까지 歷史(역사)와 國民(국민)을 믿었다'는 김 전 대통령의 어록이 담긴 액자가 걸려있다. 국민의 정부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실 보좌관으로 근무하면서 맺은 인연 때문이다.
김 지사는 경제부총리 퇴임 이후 자신이 주도해 만든 사단법인 ‘유쾌한 반란’이 실용적 노선과 기득권 깨기 등 김 전 대통령의 정신과 맞닿아 있다며 대한민국의 '혁신'을 위한 경기도의 역할을 알렸다. 현재 경기도에서 예술활동의 가치창출을 인정해 매해 일정금액을 지원하는 ‘예술인 기회소득’ 정책을 소개하면서는 “대한민국은 대개조가 필요하다”며 “예술처럼 가치를 창출하지만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활동을 장려하고 인식해야 우리사회가 처한 구조적 문제를 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지사는 전날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에서는 문재인 정부 시절 남북평화와 교류협력의 상징과 같은 ‘9·19 평양공동선언’의 적극적인 계승을 다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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