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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 26일까지 '공개매수가 상향' 결단…27일부터는 '최윤범의 시간'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시나리오

고려아연·영풍정밀 주가 유지땐

MBK '가격 조정 카드' 꺼낼 듯

최윤범은 MBK 판단 보고 대응

대항 공개매수 나설 가능성 커

최근 한화 김동관 만나 'SOS'도

김광일(가운데)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1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MBK파트너스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강성두 영풍 사장, 오른쪽은 이성훈 베이커매킨지코리아 변호사. 연합뉴스




영풍·MBK파트너스가 기간 연장 없이 공개매수 가격을 높일 수 있는 마지노선인 26일을 앞두고 최윤범 고려아연(010130) 회장과의 기싸움이 팽팽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오는 26일까지는 MBK의 시간, 27일부터는 최 회장의 시간이 찾아올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과 영풍정밀(036560)의 현재 주가가 유지된다면 공개매수가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일 고려아연 종가는 73만 5000원으로 공개매수 가격인 66만원보다 11.4% 높은 수준이다. 영풍정밀 주가 역시 2만 500원으로 공개매수 가격인 2만 원을 넘어섰다.

연일 치솟는 주가는 최 회장측의 반격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 지난 20일 장 초반 소프트뱅크와의 접촉설이 제기되자 장중 75만원을 터치하기도 했다. 전날에는 한국투자증권이 ‘백기사’로 나선다는 관측도 있었다. 최 회장측은 오는 26일까지는 공개매수 방어와 관련해서는 어떠한 카드도 꺼내지 않고 관망하는 시나리오가 예상된다. IB업계 관계자는 “현 주가에서는 MBK가 조정을 하지 않으면 무효가 될 가능성이 있으니 최 회장이 굳이 선제적으로 대응할 유인이 없다”고 말했다.

영풍·MBK 입장에서는 고민이 많다. MBK는 지금까지 거래량의 상당 수가 개미들이고, 약 40만원 중반대에 들어온 기관투자가들은 움직이지 않고 있어 공개매수 가격을 올리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확신이 있다면 변경 없이 그대로 다음달 4일까지 끌고 갈 수도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23~26일에도 현 수준 이상의 주가가 유지된다면 가격 상향이라는 칼을 빼지 않을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가격이 공개매수가 보다 높은데 기관이 공개매수에 응하면 저가 매도 문제가 발생하는 까닭이다. 결국 공개매수 가격을 높일지, 올린다면 어느 수준일지 전략적인 결정을 하는데 필요한 시간이 많지 않은 셈이다.

자본시장법 제136조에 따르면 공개매수 종료일 전 10일 이전인 24일까지 MBK가 변경된 신고서를 제출하면 종료일은 기존의 10월4일에서 바뀌지 않는다. 만약 MBK가 25일 이후 공개매수 가격을 올린다면 제출일로부터 10일 후까지로 기간이 늘어난다. 이로 인해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24일을 공개매수의 변곡점으로 꼽았다.



여기에는 휴일이라는 함정이 있다. 당초 마감일인 10월4일은 금요일이다. 즉, 26일에 정정 신고서를 제출하더라도 다음달 5일과 6일은 장이 열리지 않기 때문에 기존과 같이 4일 오후3시30분까지 진행이 가능하다. 24일이건 26일이건 종료일은 같다는 얘기다. MBK가 26일 장 종료 후 공시를 한다면 최윤범 회장측이 실질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날짜는 4거래일 밖에 남지 않는다.

다만 어떤 경우에도 가격 인하 또는 매수예정 주식 수 감소 등의 조건 변경은 불가능하다. 매수 물량을 늘릴 수는 있지만, 가격을 높이는 만큼 추가 자금이 필요해 기존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MBK는 고려아연 보통주를 최소 144만259주(6.96%)에서 최대 301만4881주(14.56%) 확보하는 게 목표다. 기존 가격이면 6.96%를 위해 9505억 원을 투입하면 되나 10% 높여 공개매수가를 72만6000원으로 설정하면 1조456억 원, 15%라면 75만9000원이어서 1조932억 원이 소요된다.

27일 이후는 공격권이 최 회장측으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측이 재무적투자자(FI)를 통해 실탄을 마련했다면 MBK의 판단에 따라 대항 공개매수에 나서는 전략을 펼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항 공개매수를 한다면 MBK 이상의 가격과 지분매입을 해야 해 투입 자금은 1조 원을 훌쩍 넘길 공산이 크다.

물론 MBK가 가격을 바꾸지 않고, 주가가 공개매수가 위에 계속 머무른다면 우호세력을 확보한 듯한 ‘블러핑’으로 실패를 유도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대규모 자금조달을 하지 못했을 케이스도 여기에 해당한다. 동시에 주식담보대출을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장내에서 1~2% 정도 지분을 매입하는 방법도 있다. 대신 이 경우 MBK가 7% 이상 확보시 고스란히 경영권을 빼앗기게 되는 리스크가 크다. 업계 전문가는 “최 회장측은 지난 연휴 기간에 자금 마련이 다 끝났어야 한다”며 “전략을 다 짜놓았을 것이고 언제, 어떻게 액션하느냐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백기사로 등장할 대기업들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단, 배임 이슈로 인해 추가 지분매입까지 나서기엔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최 회장은 지난 추석 연휴에 서울 모처에서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을 만나 진행 상황을 공유했다. 최 회장과 김 부회장은 미국 세인트폴 고등학교 동문으로 막역한 사이다. 한화그룹은 “고려아연과의 사업협력 분야는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해 경영권 분쟁 상태가 장기화 될 경우 성공 가능성과 지속성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며 “고려아연과의 사업협력 관계가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지분 7.83%를 보유해 캐스팅보트처럼 보이는 국민연금의 움직임도 변수다. 보통 중립적인 스탠스를 갖기에 공개매수에는 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다만 향후 임시주주총회까지 갔을 때 지금같이 MBK에 대한 정치권의 공세가 쏟아진다면 고려아연 손을 들어줄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MBK는 당초 주총에서 이길 수 있는 최소 의결권 44%를 만들 지분 7%, 그 이상이 필요할 수 있다. 특히 1.85%를 뺏어오게 돼 3.7% 증가 효과를 가져오는 영풍정밀 공개매수 결과가 더욱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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