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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교육감 직선제 후 소송만 7300여건…300억 혈세 '줄줄'

시도교육청 예산으로 소송 대응

경기도 134억·서울시 45억 지출

교육감 직선제 개선 목소리 커져

학부모 유권자 제외하곤 관심 뚝

현실 모르는 정책에 줄소송 악순환

뇌물수수 혐의 당선무효 되풀이도

러닝메이트·임명제 등 대안 거론

공정택(왼쪽부터)·곽노현·문용린·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 연합뉴스




직선제 전환 이후 당선된 역대 교육감들이 지난 18년 동안 7300여 건의 소송에 휘말리면서 300억 원이 넘는 교육청 예산이 소송 비용에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는 물론 재직 과정에서 나타난 각종 문제로 줄소송이 이어지면서 소송비가 국민 혈세로 충당된 것이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소송에 따른 소모적 지출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포퓰리즘·이념적 정책 남발 등을 유발하는 교육감 직선제에 대한 개선과 동시에 책임감 있는 업무 수행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서울경제신문이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서지영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전국 17개 시도교육청별 소송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7년 교육감 직선제 시행 이후 이달 10일까지 교육감·교육청을 상대로 제기된 행정·민사·국가 소송은 7308건에 달한다. 이들 소송에 쓰인 변호사 수임료 등으로만 총 306억 4107만 원에 달할 정도다. 해당 비용은 모두 교육청 예산으로 집행됐다. 특히 경기도·서울시교육청의 경우 교육감 소송 비용으로 각각 134억 원, 45억 원가량이 지출됐다. 이는 교육청을 대상으로 한 소송도 포함된 비용이다. 교육청이 고발되면 교육감도 자동으로 피고인의 신분이 된다.

전문가들은 교사·학부모가 교육감을 상대로 고발을 제기하고 이를 대응하는 과정에서 교육청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배경 가운데 하나로 직선제의 폐해를 지목한다. 교육감 선거는 2007년 이후 국민이 직접 뽑고 있으나 투표율 자체가 낮다. 이 때문에 후보자의 정책·자질에 대한 검증보다 인지도가 당락을 좌우하면서 무리한 포퓰리즘 공약이 남발하기 십상이다. 이마저도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면서 교사·학부모 등이 소송을 제기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또 각 진영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휘말리면서 이미 내세운 공약도 제대로 정책으로 현실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교육감 직선제 폐지 논란 재점화] 인지도 높일 포퓰리즘 정책 남발…교육현장 혼란만 키웠다


안양옥 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이 9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음 달 16일 치러지는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를 앞두고 직선제 폐지 논란이 재점화한 배경에는 줄소송 등 그동안 쌓인 폐해가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감 직선제는 교육 자치와 정치 중립성을 내걸고 2007년 처음 도입됐다. 하지만 취지와 달리 포퓰리즘 정책이 난무하는 등 오히려 부작용만 부각되고 있다. 지난 18년 동안 ‘인지도 위주 선거→포퓰리즘·이념적 정책 남발→불확실한 정책 추진→각종 소송’으로 이어지는 악순환만 거듭되고 있는 것이다. 이 기간 소송에 쓰인 교육청 예산만도 300억 원을 웃돌 정도다.

22일 서지영 국민의힘 의원실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교육청은 2009년부터 현재까지 김상곤·고경모·이재정 전 경기교육감과 임태희 경기교육감 재임기간 변호사 수임료 등으로 134억 4350만 원을 썼다. 이들 교육감·교육청에 제기된 소송은 총 1008건에 달한다. 서울시교육청은 2008년부터 현재까지 공정택·곽노현·문용린·조희연 전 서울교육감 재임기간에 제기된 총 1248건의 소송에 대응해 45억 8833만 원을 지출했다. 광주교육청과 경남교육청은 각각 547건, 415건의 소송에 대응하며 14억 9391만 원, 14억 3064만 원을 썼다. 이외에 경북(304건·12억 5363만 원)과 인천(278건·11억 7212만 원), 부산(969건·1억 5640만 원), 전북(278건·10억 4728만 원), 대구(291건·10억 3112만) 등 4개 교육청도 소송 비용으로 10억 원이 넘는 예산을 썼다.





교육감 재임기간 별로 살펴보면 경기도 교육청은 이재정 전 경기도교육감 재임기간 중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제기된 소송 528건에 대응해 68억 9538만 원을 지출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조희연 전 서울교육감 재임시절인 2015년부터 올해 8월까지 734건의 소송에 휘말려 30억 1911만 원을 썼다. 경기도 교육청은 임태희 경기교육감과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 재임 기간 각각 22억 7589만 원을 소송 대응에 지출했다. 광주교육청 장휘국 전 광주교육감 재임기간(454건·11억 8584만 원)과 경남교육청 박종훈 경남교육감 재임기간(286건·10억 9323만 원), 서울교육청 곽노현 전 서울교육감 재임기간(268건·8억 821만 원), 부산교육청 김석준 전 부산교육감 재임기간(474건·7억 6175만 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인지도가 당선에 결정적…남발된 포퓰리즘 정책=학교에 다니는 자녀가 있는 유권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교육감 선거에 대한 관심도가 크게 떨어지다 보니 후보들의 교육정책 비전 제시는 뒷전이 되기 일쑤다. 대신 그 자리를 남발된 포퓰리즘·이념적 정책이 차지했다. 이마저도 막상 당선된 후에는 현실의 반발에 부딪혀 정책을 철회하는 경우가 많다. 교육 현장의 혼란과 함께 학부모와 교사들의 소송이 잇따르는 배경이다.

조 전 교육감의 자율형사립고 폐지 공약이 대표적이다. 조 전 교육감은 2014년 취임 이후 줄곧 자사고 6곳(경희고·배재고·세화고·우신고·이대부고·중앙고)의 일반고 전환을 추진했다. 하지만 자사고 측과 학부모들이 집단 반발했고 결국 2019년 교육청을 대상으로 한 소송으로 이어졌다. 서울시교육청은 2021년 해당 소송에서 모두 패소했다.

◇수억 원의 선거 자금 자체 마련…비리 노출, 정치적 이해관계 휘말려=직선제로 치르는 선거에서 후보들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휘말릴 공산도 크다. 교육감 선거는 정당 공천이 금지돼 있다. 이 때문에 후보자 개인은 득표율이 15%가 넘지 않는 한 수억 원에 달하는 선거 비용을 직접 부담해야 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교육감 선거에서 당시 후보로 등록한 61명이 쓴 돈은 총 660억 7229만 원이었다. 교육감 후보 한 사람당 평균 10억 8315만 원을 선거 자금으로 썼다. 후보들은 선거에 쓰일 목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각종 비리에 연루된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당선 이후에도 자신을 도와준 집단의 입김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래저래 일관된 정책을 추진하기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실제로 2008년 8월 서울의 첫 직선제 교육감으로 당선된 공 전 교육감은 선거 당시 학원장으로부터 돈을 무이자로 빌리고 차명 예금을 재산 신고에서 누락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등)로 2009년 10월 교육감직을 상실했다. 이후 서울의 첫 진보 교육감으로 취임한 곽 전 교육감도 후보자 매수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1년이 확정돼 2012년 9월 불명예 퇴직했다.

◇시도지사 러닝메이트·임명제 등 대안 거론 ‘부상’=교육계 안팎에서는 교육감 직선제의 부작용이 되풀이되지 않기 위한 대안으로 시도지사와 러닝메이트제, 지방자치단체장 임명제 등이 거론되고 있다. 정책·자질에 대한 검증보다 인지도가 당락을 좌우하면서 ‘깜깜이 선거’가 되풀이되고 이는 곧 유권자의 관심 저하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직선제를 대체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주요 업무 추진 계획에 러닝메이트법(지방교육자치법·공직선거법 개정안)을 4대 입법 과제로 포함했다. 최근 국회에서 직선제를 폐지하고 시도지사와 교육감의 러닝메이트 선거 방식을 도입한다는 내용의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도 발의됐다. 서지영 국민의힘 의원도 관련 법안을 준비하며 교육감 직선제 폐지에 힘을 싣고 있다. 다만 야당은 교육자치 훼손 가능성을 이유로 들며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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