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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122조인데 전기료 일단 동결…"전력망 구축 실기 우려"

작년 5월 이후 주택용은 손못대

기본료 등 협의…최종 조정 가능성

정치권 압박에 한전 적자 커질듯

역대급 폭염이 이어졌던 올 8월 주택 전기요금이 평근 13% 오른 가운데 9일 서울 시내의 한 빌라에서 관계자가 전기계량기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4분기 주택용 전기요금이 현 수준에서 일단 동결된다. 물가와 국민 부담을 고려한 조치인데 인공지능(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에 필요한 전력망 구축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전력은 23일 연료비조정요금의 기준이 되는 4분기 최종 연료비조정단가를 현재와 같은 ㎾h(킬로와트시)당 5원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전력량요금·기후환경요금·연료비조정요금 등 4가지 요소로 이뤄져 있다. 이 중 연료비조정단가는 변동성이 높은 유연탄 및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가격 흐름을 반영하기 위한 구성 항목으로, 매 분기 시작 직전 달 21일(휴일일 경우 21일 이후 첫 영업일) 발표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은 이번에 동결된 연료비조정요금을 제외한 기본요금·전력량요금·기후환경요금 등 나머지 구성 요소에 대해서는 별도의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조정 여부와 시기, 조정 폭 등을 최종 결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물가 당국은 신중한 입장이다. 현 정부 들어 전기요금이 많이 오른 데다 물가를 자극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8~9월 역대급 무더위로 전기 사용량이 늘면서 덩달아 전기요금이 크게 오른 점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지난달 주택 평균 전기 사용량은 363㎾h로 지난해 대비 9%가량 늘었고 누진제의 영향으로 전기요금은 이보다 높은 13%의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8월 전기요금 고지서는 추석 연휴 직후 각 가구에 발송되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2일 한 방송에 출연해 “전기요금은 윤석열 정부 들어 50% 정도 인상됐다”면서 “이미 많이 인상했기 때문에 국민 부담이 얼마나 늘어나는지, 지금 부담의 정도가 어떤지에 대한 판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력 업계에서는 여론과 정치권의 입김에 좌우되는 전기요금 결정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력 비수기인 9~10월이 인상의 적기인데 또다시 미뤄지면 한전의 부채가 더 불어날 수 있다. 한전은 별도 재무제표 기준 부채가 2020년 60조 5000억 원에서 지난해 120조 원으로 늘어났다. 올해는 122조 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누적된 적자로 AI 반도체, 데이터센터, 전기차 등 첨단산업에 공급할 전력망 구축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전의 한 관계자는 “반도체·배터리 등 미래 첨단산업 기반 조성 등을 위한 전력설비 확충을 위한 안정적인 투자 재원이 필요하다”며 “할 수 있는 자구 노력을 다해 전기요금 인상이 유일한 방책”이라고 호소했다.

전력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기요금 정상화가 늦어질수록 한전이 내야 하는 이자비용만 늘어날 뿐”이라면서 “자칫 한전이 빚을 빚으로 돌려막는 과정에서 공사채를 무분별하게 찍어낼 경우 미국 기준금리 인하와 맞물려 채권시장을 교란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4분기 전기요금 인상을 예상했던 투자자들의 실망 매물이 쏟아지면서 한전 주가는 급락했다. 이날 한전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8.43%나 하락한 2만 100원에 장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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