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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크는 주사'가 뜬다…토종 양강구도에 힘 못쓰는 외국계

국내기업 LG화학·동아에스티

'성장 호르몬' 시장점유율 67%

매출 1000억 넘어 캐시카우로

화이자 '주 1회 투여'로 차별화

통증 이슈에 '제형개발' 속도내


일명 ‘키 크는 주사’로 불리는 국내 성장 호르몬 주사제 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의 양강 체제가 유지되고 있다. LG화학(051910)동아에스티(170900)가 국내 시장을 양분하면서 성장 호르몬 주사제 글로벌 1위인 머크도 3위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한국 성장 호르몬 주사제 시장에 진출한 화이자는 주 1회 투여를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우며 이들 업체를 뒤쫓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의 ‘유트로핀’과 동아에스티의 ‘그로트로핀’은 각사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며 매출을 견인하고 있다. 제약사들은 건강보험 급여 시장보다 비급여 시장에서 대부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성장 호르몬 결핍증이나 터너증후군 등 키가 자라지 않는 유전 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급여 처방보다 자녀의 키를 키우기 위한 비급여 처방 수요가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수년 간 지속적인 투약이 필요하고 체중에 따라 투약 용량·약품 종류도 달라져 연 치료비가 최대 1000만원 가까이 들어간다.

LG화학은 유트로핀 매출을 공개하지 않는다. 하지만 매년 성장 호르몬 주사제 수요가 증가세인 것을 고려하면 지난해 1500억 내외, 올해 상반기엔 800억 이상 매출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동아에스티 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그로트로핀 상반기 매출은 549억 원으로 지난해 440억 원 대비 24% 급증했다. 그로트로핀은 동아에스티 전문의약품 매출 중 26%, 전체 매출의 16.7%를 차지하며 회사 매출을 견인하고 있다.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지난해 그로트로핀 매출이 950억 원을 기록했던 만큼 올해는 1000억 원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건보 급여가 적용돼 최근 출시 1년을 맞은 화이자 ‘엔젤라’는 시장에서 분투하고 있다. 유트로핀과 그로트로핀이 주 5~7회를 맞아야 한다면 엔젤라는 주 1회 투여한다는 점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웠다. 성장 호르몬 주사제는 최장 10년간 맞아야하는데 소아를 대상으로 하는 의약품인 만큼 투약 순응도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 화이자 엔젤라가 시장 판도를 바꿀 것이라 예상하는 이유다.



하지만 출시 1년이 지난 현재 여전히 국내 시장은 LG화학과 동아에스티 양강 체제다. 의약품 시장조사업체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지난해 시장 점유율은 유트로핀이 37.6%, 그로트로핀이 25.1%를 차지했다. 화이자 엔젤라의 점유율은 0.05% 불과하다. 글로벌 1위 성장호르몬 주사제인 머크 ‘ 싸이젠’도 국내 시장 점유율이 14.3%에 그쳤다. 지난해 4분기로 범위를 좁혀도 엔젤라 점유율은 0.19%, LG화학과 동아에스티의 점유율은 67%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통증 이슈가 주1회 투약 편의성보다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이들이 맞는 주사인만큼 주사 공포감이 지속적인 치료를 방해하는 큰 요소” 라며 “주1회 주사는 약물 용량을 늘려야 하는 만큼 통증이 더 커서 수요가 많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1일 1회 투여 치료제는 얇고 짧은 바늘 사용하지만 주1회 주사제는 상대적으로 굵고 긴 바늘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LG화학 역시 주1회 주사제형인 ‘유트로핀 플러스’가 부진한 매출을 보이자 출시 13년만인 지난해 생산을 중단했다.

화이자도 투약 편의성 개선을 위해 패치 등 새로운 제형을 개발 중이다. 화이자 관계자는 “장기 투여가 필요한 성장 호르몬제 특성상 주 1회 횟수를 유지하면서 주사제가 아닌 다른 제형을 개발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어린이 의약품 특성상 한번 사용하기 시작한 것을 쉽게 바꾸려하지 않는 경향성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실제 유트로핀과 그로트로핀은 각각 1993년, 1995년 출시돼 30년 이상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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