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서학개미들의 최선호주로 꼽혔던 엔비디아 투자 열기가 주춤하고 있다. 인공지능(AI) 피크아웃론과 함께 반도체 업종이 기준금리 인하 소외주로 꼽히면서 매도세가 지속되는 모양새다. 시장에서는 블랙웰 출시 등으로 칩 수요가 확인돼야 투자심리가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은 최근 한 달간 엔비디아 2억 2760만 8667달러(약 3040억 원)를 순매도했다. 특히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린 지난주에는 5거래일 동안 8875만 3630달러어치(약 1186억 원)를 팔아치웠다. 이 기간 주가가 3.97% 급등한 19일(현지 시간)을 제외하면 개인투자자들은 엔비디아 매도에 집중했다.
이는 올 상반기와는 반대되는 흐름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올 1월부터 6월까지 엔비디아 17억 8281만 3967달러(약 2조 3814억 8290만 원)를 순매수했다. 이에 국내 투자자들의 최선호 해외 주식으로 자리를 잡으며 올 5월 테슬라를 누르고 보관액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AI 거품론, 경기 침체 우려, 미 법무부의 반독점법 위반 조사 등 다양한 요인들이 엔비디아 주가를 끌어내리면서 매도 우위로 전환했다. 여기에 지난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빅컷(0.50%포인트 금리 인하)을 단행하면서 바이오 등 금리 인하 수혜 종목에 우선순위가 밀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울러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AI 투자 축소 우려와 수익 실현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매도세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수석매니저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올해 AI에 대한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입한 만큼 내년에도 이런 투자 기조가 지속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또 개인투자자들이 엔비디아를 통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만큼 이보다 더 나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낮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주가도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등 불안감에 투자 비중을 줄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반도체 기업의 3분기 실적, 블랙웰 판매 시작 등을 향후 주가의 변수로 꼽고 있다. 김 매니저는 “3분기에도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면 당연히 주가는 반등할 것”이라며 “다만 회계연도상 블랙웰 매출은 연말부터 실적에 포함되는 만큼 시장 기대치를 충족하기가 만만치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엔비디아 칩을 생산하는 TSMC의 다음 달 실적을 통해 (엔비디아) 주가 반등 여부에 대한 힌트가 나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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