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목적기반차량(PBV)를 앞세워 일본 모빌리티 서비스(Maas) 시장에 진출한다. 차량 판매와 함께 사용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토탈 솔루션 기업으로 일본 모빌리티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다.
기아는 일본 종합상사 소지쓰와 PBV 현지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계약에 따라 기아는 소지쓰와 함께 2026년부터 PBV 전용 모델 ‘PV5’를 현지에서 판매한다.
기아가 일본의 모빌리티 시장에 진출을 결정한 배경에는 일본 정부의 정책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 일본 정부는 2030년까지 내연 기관 중심으로 형성된 자국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EV) 비중을 30%까지 높일 계획이다. 이를 기반으로 일본 정부는 자국 기업이 생산하는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세계 시장 점유율도 2030년 30%까지 올린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는 미래차를 중심으로 커지는 일본 시장에서 기회를 포착하고 상대적으로 기술이 앞섰다고 평가 받는 EV를 앞세워 현지 시장을 공략하기로 했다. 기아 관계자는 “일본 정부의 정책에 따라 중소형 전기 밴 등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현지 시장에 적극 대응하고자 PBV 모델 진출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주목할 부분은 기아의 일본 시장 진출 전략이다. 기아는 쏘렌토, 스포티지 등 전 세계적으로 판매되고 있는 소위 베스트셀링카 대신 다목적 차량인 PBV를 전면에 내세웠다. PBV는 승용과 상용 등 현재 자동차시장에서 통용되는 목적을 뛰어넘는 콘셉트의 차량이다. 고객이 사용할 용도에 따라 차량의 성격이 규정된다.
기아가 일본 시장에 판매할 첫 PBV인 ‘PV5’를 보면 전략이 더욱 선명해진다. 여객, 배송(딜리버리), 샤시캡, 로보택시 등 네 가지 핵심 기능을 수행하는 차다. 이 차는 EV 기반으로 싼타페와 유사한 중형급 크기인데 스타렉스처럼 밴(VAN) 형태를 하고 있다. 하지만 고객이 어떻게 사용할 지에 따라 차량 내부와 외부의 구성이 달라진다. 배송용도로 사용하면 스탠다드 (Standard), 롱 (Long), 하이루프 (High Roof) 세 가지로 크기를 조절할 수도 있고 전기를 이용해 냉장과 냉동 기능도 탑재할 수 있다. 또 샤시캡 목적으로 이용하면 차량은 픽업트럭 형태로 구현이 가능하다. 기아는 PV5의 대형 버전인 PV7도 일본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공간이 더 큰 이 차량은 이동하는 매장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기아는 PBV 모델에 양방향충전기술(V2X)도 기본 적용한다. 향후 고도화된 자율주행 기능을 적용하면 PBV는 로보택시로 활용될 수 있다. 기아는 일본 시장에서 여객과 운송, 매장 기능을 넘어 스마트홈·시티까지 구현할 ‘토탈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다. 1992년 법인을 세우고 차량 판매에 치중하다 2013년 철수한 과거와는 달리 새로운 영역의 사업에 진출하는 것이다.
기아 관계자는 “PV5 일본 출시를 통해 고객들에게 새로운 비즈니스와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할 것”이라며 “혁신적인 공간 활용이 가능한 PBV의 장점을 바탕으로 효율적인 고객 경험을 선사하겠다”고 강조했다.
기아는 일본 시장 진출을 위해 내년으로 맞춰진 PBV 생산 계획도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아 관계자는 “PBV 전기차 전용공장 이보 플랜트(EVO Plant)는 자동화와 디지털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는 고도화된 품질 관리 과정을 거치고 있다”며 “차량전인도검사(PDI)를 정밀하게 진행하는 등 보다 완성도 있는 PBV 생산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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