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010130)이 경영권 분쟁 이후 첫 기자회견에서 영풍(000670)과 함께 공개매수에 나선 MBK파트너스를 겨냥해 “이들은 우리의 기술, 미래에는 안중에도 없다”면서 “중국 자본을 등에 업고 고려아연을 집어삼키려 한다”고 밝혔다.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최고기술책임자)은 24일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려아연은 투기자본의 돈벌이 수단이 아니”라며 “고려아연의 모든 임직원들은 현 경영진(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함께할 것이며 영풍·MBK와는 절대로 함께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1984년 고려아연에 입사해 온산제련소장 겸 기술연구소장, 대표이사 사장, 부회장에 오른 인물로 지난 40여년 간 고려아연의 성장사를 지켜본 ‘산증인’으로 꼽힌다.
그는 “지난 50년간 고려아연의 모든 실적과 미래를 위한 비전과 미션은 현 경영진과 기술자들, 그리고 모든 고려아연 임직원이 함께 이룬 것”이라며 “세상이 필요로 하는 소재와 에너지를 가장 안전하고 친환경적이며 효율적으로 만들어내는 사명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기술력과 전문성,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처리하는 원료는 한국에서 1톤도 나오지 않는데 지난 10년 간의 영업이익률이 12.8%”라고 덧붙였다.
MBK 측이 거듭 부인하고 있지만 공개매수 성공 이후 경영권이 결국 중국에 넘어갈 것이라는 우려도 재차 드러냈다. 이 부회장은 “MBK가 경영권 인수 시 당연히 중국 자본에 팔텐데 이는 국가적인 재앙”이라며 “투기 회사들이 돈만 놓고 보면 고려아연에서 팔아먹을 기술이 매우 많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아연 연간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만큼 중국 기업이 고려아연을 탐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국내 산업계에서 고려아연이 차지하는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고려아연은 불모지와 다름없던 대한민국에서 오로지 우리의 기술과 열정으로 세계 최고의 비철금속 기업으로 우뚝 섰다”면서 “비철금속은 자동차, 반도체, 철강 등 국내의 주요 산업에 핵심원자재를 공급하는 우리나라에 없어서는 안될 기간산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세계 1위의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2000년 이후 98분기 연속 흑자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은 장형진 영풍 고문을 겨냥해 “영풍 석포제련소의 경영 실패로 환경 오염과 중대 재해를 일으켜 국민에게 빚을 졌으면서도 이제 와 기업사냥꾼과 손잡고 고려아연을 노리고 있다”면서 “경영에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매년 고려아연으로부터 막대한 배당금을 받아 고려아연 주식 매입에만 집중한 반면 석포제련소를 정상화하기 위한 노력과 투자에는 관심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영풍은 석포제련소 폐기물 보관장에 있는 카드뮴 등 유해 폐기물을 고려아연에 떠넘기면서 고려아연을 영풍의 폐기물 처리장으로 만들려고 해왔다”며 “이 모든 책임은 영풍을 실질적으로 경영한 장 고문에게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영풍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영풍 측은 “석포제련소는 2019년 카드뮴 공장을 폐쇄하면서 한때 고려아연에 카드뮴 제련의 원료로 카드뮴 케이크를 판매한 적이 있으나, 현재는 다른 외부 업체에 판매하고 있다”면서 “결과적으로 영풍과 자로사이트 케이크와 카드뮴 케이크 등 폐기물 처리를 고려아연에 떠넘기려 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연을 생산하고 남은 최종 잔재물이 자로사이트 케이크인데 현재는 양사 모두 공법을 변경하여 더는 자로사이트 케이크가 발생하지 않는다”면서 “자로사이트 케이크에는 일부 아연 및 금속 성분이 남아있어 재처리를 통해 금속 성분을 더 추출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 몇 년 전 고려아연과 자로사이트 케이크 처리 방안에 대해 협의한 적은 있으나 최종적으로 없던 일로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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