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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전기 싸게 팔아 13년간 12.6조 순손실"

한국경제연구학회 논문

원가 못미친 단가, 팔수록 손해

코로나 이후 더하면 손실 더 커

"왜곡된 가격정책, 효과는 미미"

"독립기구서 요금 결정" 주장도

사진 제공=한국경제연구학회




한국전력이 전기를 싸게 공급하면서 입은 손실이 최근 13년간 12조 원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약 1조 원으로 한전이 천문학적인 적자를 낸 코로나19 이후 시기를 더하면 실질적인 손해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취약 계층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지만 데이터센터 급증에 따른 전력망 투자를 위해서는 전기요금 자체의 왜곡된 구조를 시급히 바로잡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4일 한국경제연구학회에 따르면 남경식 한국외국어대 기후변화융합학부 교수는 올 6월 ‘전력 가격 왜곡의 후생 효과’라는 이름의 논문에서 “2005년부터 2017년까지 소비자는 왜곡된 가격으로 약 11조 9000억 원의 추가적인 혜택을 확보했다”며 “생산자는 규제에 따른 원가 이하의 전력 판매로 12조 6000억 원의 순손실을 입었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소비자 후생 증가분이 생산자 손실보다 6248억 원 적다는 점에서 정부의 왜곡된 가격 정책이 적절한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며 “데이터 가용성의 한계로 분석 기간을 2005년부터 2017년으로 했는데 2021년 이후 원가와 판매 단가 사이의 괴리가 매우 커졌다”고 덧붙였다. 최근 자료를 더할 경우 손실 규모가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전력통계에 따르면 2021년 전기 판매 단가는 ㎾h당 108.1원으로 원가(126.6원)의 약 85%에 불과하다. 2020년에는 약 101%를 기록했지만 2019년과 2018년에는 93% 수준에 그쳤다. 남 교수는 “2014년 이후 우리나라의 전력 판매 단가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총괄원가는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며 “에너지 가격의 괴리는 전기라는 상품의 초과수요를 초래하고 전력을 판매하는 한전의 입장에서는 이에 대한 부담이 증가하고 있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전은 2021년 약 5조 8500억 원의 영업적자를 시작으로 2022년 약 32조 6600억 원, 지난해 4조 5400억 원가량의 적자를 냈다. 그 결과 6월 말 현재 한전의 부채는 202조 9900억 원에 달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4분기 전기요금 조정과 관련해 일단 동결 결정을 내렸다.

전문가들은 전기요금 현실화를 통해 에너지 가격 왜곡을 줄이고 소비자들에게 합리적인 에너지 소비를 유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취약층과 자영업자의 부담은 별도의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가 많다. 핵심은 전기요금 부과 체계는 정상화하되 어려운 이들은 별도로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전직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전의 부채가 200조 원을 넘는 상황에서 전기요금을 현실화해야 전력망 투자가 가능해진다”며 “인공지능(AI) 시대에 전력은 인프라 중에서도 가장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기요금이 올라 어려운 계층에 대해서는 별도의 지원을 고민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전기요금 결정 체계를 완전히 독립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미국은 주 단위 공익사업위원회(PUC), 영국은 가스전력 시장위원회(GEMA), 독일은 연방네트워크기구(BNETZA)에서 전기와 가스 등 에너지 요금을 독립적으로 결정하고 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금리를 금융통화위원회가 독립적으로 결정하듯이 에너지규제위원회나 전기위원회가 독립적으로 전기요금을 결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선진국이라 할 수 있다”면서 “다른 선진국들은 규제위원회가 결정하지, 우리나라처럼 정치권이나 재정 당국이 결정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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