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 2위 상장사인 SK하이닉스(000660)가 ‘2년 합산 흑자’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도 한국거래소의 기업 가치 제고(밸류업) 지수에 그대로 편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거래소는 올해 호실적과 시총 규모, 금융투자 업계 의견 등을 정성적으로 고려해 SK(034730)하이닉스를 지수에 넣었다고 해명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전날 거래소가 발표한 이른바 ‘5단계 스크리닝’ 기준 가운데 수익성 항목에 부합하지 못했다. 앞서 거래소는 밸류업지수 편입 종목 100개를 공개하면서 최근 2년 간 ‘연속 적자’나 ‘합산 손익 적자’를 내지 않은 기업만 추렸다고 설명했는데 SK하이닉스는 해당 기간 합산 영업손실과 순손실을 동시에 기록했기 때문이다.
거래소가 활용한 SK하이닉스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이 회사는 연결 기준으로 2022년 6조 8094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두고 지난해에는 7조 7303억 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2년치 실적을 더하면 총 9209억 원 영업적자다. 순이익 부문에서도 2022년 2조 2417억 원 흑자, 지난해 9조 1375억 원 적자를 내 2년 간 총 6조 8958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수익성 항목은 거래소가 밸류업지수 종목을 선별하는 데 있어 시장 대표성(시총 상위 400위 이내) 다음으로 본 2단계 기준이다. 원칙대로 지수를 구성했다면 SK하이닉스는 편입 대상이 될 수 없던 셈이다. 거래소는 총 5단계 스크리닝 과정에서 시장 대표성과 수익성 다음으로 주주 환원(최근 2년 연속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 실시), 시장 평가(전체 증시나 산업군 내 주가순자산비율(PBR) 상위 50%), 자본 효율성(산업군 내 자기자본이익률(ROE) 상위권) 등의 평가 지표를 차례대로 적용했다고 밝혔다. 게다가 SK하이닉스는 밸류업 계획을 아직 발표하지 않았기에 조기 공시 편입 특례 대상도 아니었다.
거래소 측은 추후 지수 재조정 과정에서 SK하이닉스와 같은 큰 기업이 편·출입할 경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두루 감안해 지수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업황 반등으로 올해 실적이 확연히 나아졌다는 점에서 업계 관계자 상당수가 SK하이닉스의 지수 편입 필요성에 공감했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올 1분기와 2분기 각각 2조 8860억 원, 5조 4685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상반기 수익만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손실액을 뛰어넘었다. 순이익도 1분기 1조 9170억 원, 2분기 4조 1200억 원의 흑자를 냈다. 거래소는 다만 2022~2023년 연간 실적 외에 올해 상반기 실적까지 공식 수익성 지표로 활용하지는 않았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005930)와 함께 밸류업지수 비중 상한(15%)에 도달할 수 있는 유이한 초대형주로 꼽힌다.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SK그룹에서 지수에 포함된 계열사는 전무하다.
거래소 관계자는 “다양한 질적 요건을 도입한 만큼 시총 상위 기업이라도 추후 지수 재조정 과정에서 배제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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