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치료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닙니다. 게임 중독처럼 음식 중독이 심각해지고 있는 만큼 식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형진(사진)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는 25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스마트폰과 디지털 헬스케어(건강관리) 기술을 활용해 비만을 유발하는 식습관을 고칠 수 있는 디지털 심리 치료법을 연구하고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최 교수팀은 최근 ‘위고비’와 ‘삭센다’를 포함한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비만약의 치료 원리를 세계 최초로 규명해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연구 초점은 비만의 원인을 찾는 데 맞췄다. 최 교수는 “2020년대 들어 등장한 비만 치료제가 건강을 포함해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면서도 “다만 약물 투약을 중단하면 요요 현상이 올 수 있고 약값도 비싸서 평생 사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만의 근본적인 원인인 뇌 뉴런의 작용을 증명해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의대 교수였던 그가 올해부터 뇌를 연구하는 뇌인지과학과 교수직 겸임을 결정한 배경이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형태의 소프트웨어는 물론 직접 뇌에 자극을 주는 하드웨어까지 동원해 종합적인 뇌인지 치료법을 찾겠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약 복용이 아니라 약한 전기 자극 같은 비침습적 자극을 통해 식욕을 억제하는 전자약도 연구하고 있다”며 “또 비만약에 디지털 심리 치료법이나 전자약을 곁들이는 방식도 연구를 기획 중”이라고 전했다.
최 교수는 한국전기연구원과 함께 두피 전기 자극을 활용한 식욕 억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팀은 60명을 대상으로 2주간 임상시험을 진행한 결과 사람이 거의 느끼지 못할 2밀리암페어(㎃)의 전기 자극을 2~3일 간격으로 1회 20분씩 주는 것만으로도 식욕은 물론 스트레스 같은 감정을 처리하기 위해 음식을 먹는 감정적 섭식을 줄이는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
최 교수는 미디어·게임 중독처럼 문명의 발달로 인해 음식 중독 문제 역시 심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음식 산업이 점점 더 중독적이고 자극적인 음식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흔하게 사용됐던 아편이 퇴출된 것처럼 비만에 대해서도 변곡점을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조만간 국내에서 시판될 위고비 역시 식습관 개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비만 치료제를 복용한 사람들은 식욕이 감소한 동안 냉장고 음식 정리를 하는 등 일상에서 근본 문제들을 제거하는 계기를 만들기를 추천한다”며 “이후 약 복용을 중단해 요요가 찾아온다고 해도 개선된 식습관을 통해 체중의 세트포인트(뇌가 인식하는 적정값)를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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