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생수(bottled water) 소비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보건 전문가들은 생수가 인간과 지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며 각국 정부에 식수 인프라 투자 확대와 수돗물 소비 증대 캠페인을 촉구했다.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과대(NYMC) 앨버트 B. 로웬펠스 명예교수와 카타르 웨일코넬의대 아미트 아브라함 교수팀은 브리티시메디컬저널 세계 보건(BMJ Global Health) 논평을 통해 "세계에서 생수가 1분에 100만병 소비되고 이 수치는 계속 늘고 있다"며 "인간과 지구의 건강을 위해 생수 사용을 시급히 재고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연구팀은 "안전한 식수 확보가 어려운 전 세계 20억명이 생수에 의존한다"며 "나머지는 대체로 편의성이나 생수가 수돗물보다 더 안전하고 건강에 좋다는 산업 마케팅으로 인한 믿음 때문에 생수를 찾는다"고 상황을 짚었다.
하지만 생수는 수돗물처럼 엄격한 품질·안전 기준을 적용받지 않는 경우가 많고, 장기간 보관하거나 햇빛·고온에 노출되면 플라스틱병에서 유해한 화학물질이 나올 위험이 있어 생수가 더 건강에 좋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연구팀 지적의 핵심이다.
특히 지금까지 연구에서 분석된 생수 표본의 10~78%에는 호르몬 교란 물질로 분류되는 미세 플라스틱과 프탈레이트, 비스페놀 A(BPA) 등 다양한 오염물질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 플라스틱 오염은 산화 스트레스, 면역 체계 조절 장애, 혈중 지방 수치 변화 등과 관련이 있고, BPA 노출은 고혈압, 심혈관 질환, 당뇨병, 비만과 같은 노년기 건강 문제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경 측면에서도 생수에 사용되는 플라스틱병은 전체 플라스틱 쓰레기의 12%를 차지하고 두 번째로 많은 해양 오염 물질로 꼽히지만, 전 세계적으로 재활용되는 플라스틱병은 전체의 9%에 불과한 실정이다.
연구팀은 "플라스틱병 대부분은 매립지나 소각장에 버려지고 중저 소득 국가로 '수출'돼 사회 정의 문제도 일으킨다"며 "폐기물 발생 외에도 원료 수출과 제조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에 크게 기여한다"고 했다.
아울러 연구팀은 "생수에 의존하는 것은 상당한 건강, 재정, 환경 비용을 초래하는 만큼 생수 사용에 대한 재평가가 시급하다"며 "수돗물의 환경 보호 및 건강상 이점을 알리고 지속 가능한 소비 관행으로 자리 잡게 하는 캠페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덧붙여 연구팀은 "수돗물 소비 우선 정책을 통해 생수로 인한 다양한 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하고 수돗물을 환경 책임과 공중 보건 증진의 토대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중저 소득 국가를 포함한 각국 정부는 시급히 안전한 식수 인프라에 대한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도 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