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모듈원전(SMR)을 포함해 신규 원전 4기 건설을 뼈대로 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확정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공청회는 기습 시위로 얼룩졌고 야당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요구하면서 전기본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신규 원전 건설을 통한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 계획이 틀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개최한 11차 전기본 공청회는 에너지정의행동을 비롯한 시민단체 활동가 10여 명이 기습 시위를 벌이면서 행사 진행이 중단됐다. 전기본 백지화를 요구하는 이들의 요구에 공청회는 30분 가까이 지연됐다. 재개 이후에도 질의응답 과정에서 원자력과 태양광·재생에너지 사업자 간에 삿대질과 고성이 오갔다.
11차 전기본은 전력 설비 확충을 위해 2년 주기로 수립되는 15년 장기 계획으로 전력수요 예측과 송전망·발전설비 구축 목표를 담고 있다. 정부는 기존 발전소 건설 및 폐지 계획 등을 반영하면 2038년까지 10.6GW의 신규 설비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옥현 산업부 전력정책관은 이날 “(11차 전기본은)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 효율성, 탄소 중립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면서 “경제적이며 안정적인 무탄소 발전원으로서 원전을 적극 활용하고 전력망 등 현실적 제약 조건하에서 최대한의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 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정부는 원전뿐만 아니라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비중을 현재 8.4%에서 2030년 18.7%, 2038년까지 29.1%로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환경 단체와 더불어민주당은 재생에너지 비중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11차 전기본에 반대하고 있다. 2038년 재생에너지 비중을 30% 가까이 늘리더라도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나 2050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6월 전기본 실무안에 대해 재생에너지를 대대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며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기도 했다. 야당은 신규 원전 건설에도 부정적이다.
이 때문에 11차 전기본의 국회 보고 절차도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과반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야당의 동의 없이는 11차 전기본 실무안을 국회 상임위원회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보고하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 경우 신규 원전 건설이 지연되고 장기 송·변전 설비도 늦어지게 돼 전력 수급 안정성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원전 업계의 한 관계자는 “원전은 무탄소 발전원인데 왜 원전 건설을 가로막는지 이해가 안 간다”며 “막 복원되고 있는 원전 생태계가 또다시 무너질까봐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산업부는 “야당을 계속 설득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야 대치 국면과 원전 수출에 대한 야당의 불신을 고려하면 야당의 협조를 끌어내기가 쉽지 않다는 전망이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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