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은행이 부산에 남부권투자금융본부를 신설하기로 했다. 법 개정 문턱을 넘어야 하는 본사 이전에 앞서 일부 기능과 인력을 미리 이동시켜 이전 효과를 높이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부산이전 반대 투쟁을 벌이고 있는 산은 노조는 이를 두고 불법 조직개편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은 26일 이사회를 열고 대한민국 신 성장동력 구축을 위한 남부권 영업조직 강화와 글로벌 금융협력 확대, 투자주식 관리 강화를 위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먼저 부산에 3개의 센터로 구성된 남부권투자금융본부를 신설하고 관련 업무와 인력을 확대했다. 핵심산업 노후화로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는 남부권 지역 기업과 산업을 지원한다는 목표다. 신설 본부에는 남부권 지역 산업의 친환경 전환과 스마트화 촉진, 혁신생태계 조성을 총괄하는 지역기업종합지원센터와 호남지역 투자 활성화와 노후 인프라 개선을 위한 서남권투자금융센터를 광주에 새로 설치한다. 지난해 설립돼 부산 등 동남권 지역에서 투자업무를 수행 중인 동남권투자금융센터도 남부권투자금융본부로 편입해 남부권 지역에 특화된 독자적 종합금융 지원체계를 완성하기로 했다.
글로벌투자협력단도 부서 규모인 글로벌금융협력센터로 확대했다. 글로벌투자협력단은 국내 유망산업, 기업의 해외 진출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제기구, 해외 국부펀드 등과 협력 사업을 발굴·실행해왔다. 글로벌금융협력센터는 중동 국부펀드와 같은 해외 투자기관 및 국제기구와의 협력사업 발굴, 투자 유치 등을 통해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과 경쟁력 제고를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아울러 부실기업에 대한 사후적 구조조정 업무를 전담하던 구조조정본부를 기업개선본부로 개편해 사업재편 등 선제적 기업 경쟁력 강화 업무 확대에 나선다. 투자관리실도 신설해 출자회사 관리와 투자주식 가치제고 등의 투자관리 업무 전문성을 더욱 제고한다는 계획이다.
산은 노조는 이같은 조직 개편이 본사 이전을 염두에 둔 ‘꼼수'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현준 산은 노조 위원장은 노조원 대상 서신에서 “이사회 직전까지도 사외 이사들 앞에서 피켓 시위를 진행하며 불법 조직개편을 규탄했으나 경영진은 직원들의 목소리를 외면했다”며 "불법 조직개편을 원상 복구하고 경영진에게 상응하는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은 본사 이전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주요 국정과제로 정부·여당이 추진 중이다. 문제는 한국산업은행법 4조 1항에는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명시돼 있어 법 개정 문턱을 넘어야 한다는 점이다. 거대 야당이 법 개정 키를 쥐고 있는 셈이다.
본사 이전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지만 산은은 부산으로의 조직·인력 이동을 거듭하고 있다. 이번 조직 개편 이전에도 산은은 부산에 동남권투자금융센터를 설립, 작년 1월 직원 50여 명을 부산 등 동남권 지역으로 이동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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