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해상 운송의 약 절반을 처리하는 동부항만이 다음달 1일(현지 시간)부터 파업으로 멈출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대선을 불과 몇 주 앞둔 상황에서 물가를 자극하고 경제 혼란을 키울 것으로 우려된다. 나아가 글로벌 공급망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29일(현지 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북동부 메인주에서 텍사스까지의 동부항만 노동자를 대표하는 국제항만노동자협회(ILA) 노조는 “미국 동부 해안과 멕시코만의 항구 파업이 다음달 1일부터 실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는 “파업이 현실화되면 1977년 이후 처음으로 ILA가 해안 전역에서 파업을 벌이는 것이 된다”며 “미국 해상 운송의 절반을 처리하는 36개 항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29일 노사간 협상이 진행되지 않았고 마감 시한인 30일 자정 전까지의 협상도 현재로서 계획돼 있지 않다”고 전했다. 노조 측은 이번 파업이 군용 화물 운송이나 크루즈선 교통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ILA와 사측인 미국해사연합(USMX)의 6년짜리 임금 계약은 30일 자정 만료된다. ILA는 그동안의 살인적인 인플레이션과 서부 항만 노동자들과의 임금 형평성을 내걸고 높은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미 CBS뉴스에 따르면 주당 40시간 일을 하는 항만 노동자를 기준으로 봤을 때 서부항만 노동자는 1년에 11만 6000달러(약 1억 5000만원)를 버는 반면에 동부항만 노동자는 8만 1000달러(약 1억 500만원) 밖에 벌지 못한다. ILA은 초기 요구안에서 향후 6년간 임금상승률을 77%로 제시했다. 그동안의 높은 물가상승률을 반영해달라는 요구다. 반면 USMX는 지난 8월 “업계 최고대우를 해주겠다”고 말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양측은 접점을 찾지 못하는 형국이다.
일단 미 정부는 개입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29일 “노사가 10월 1일까지 새로운 합의를 하지 못해도 파업을 막기 위해 개입할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파업으로 주요 항구에서 식량부터 자동차까지 모든 것의 운송 흐름이 중단될 수 있다”며 “미 대선을 불과 몇 주 앞두고 일자리를 위협하고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 주요 기업을 대표하는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도 “파업으로 미 경제가 매일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볼 수 있다”며 “전국의 미국 기업, 근로자,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JP모건은 “파업으로 미국 경제가 매일 50억 달러의 손실을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