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3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한의사 제도 폐지'를 들먹였다.
임 회장은 “한의사 제도는 국민 건강을 위해, 또 국제 표준에 맞게 폐지하는 게 진정한 국민을 위한 의료 개혁”이라며 “이제는 본인들 조차 자신들의 정체성에 혼란스러워 하는 한의사 제도 폐지를 공론의 장에서 진지하게 논의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는 같은 날 오전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가 '한의사 추가 교육을 통한 의사 부족 조기 해결방안'을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고 "2년의 추가 교육을 받은 한의사에게 의사 면허를 주고 이들을 지역 공공의료기관에 투입하자"고 주장한 것을 의식한 것이다. 윤성찬 한의협 회장은 "지금 (의사 수를) 늘려도 6~14년 뒤에 효과를 거둘 수 있지 않으냐"며 "의대, 한의대 모두 개설된 5개교에서 한의사에게 2년 더 가르쳐 의사 면허를 부여해달라"는 아이디어를 냈다. 이렇게 양성한 인력을 응급의학과, 소아청소년과, 외과 등 필수 및 공공의료 분야에 종사하도록 한정한다면 의사 인력난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임 회장은 한의협의 주장과 관련해 “우리나라를 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의사를 의사로 인정하는 나라는 단 한 나라도 없다”며 “인정하지 않는 이유는 국민 건강에 유익하다고 어느 나라도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비꼬았다.
의협은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한의협의 주장은 한의학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한정적임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그동안 주장해온 한의학의 의학으로서의 역할을 스스로 부정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의대 6년 교육을 고작 2년의 추가 교육만으로 단축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의과 교육과정이 11년에 걸쳐 연속적이고 체계적으로 구성된 이유와 그 중요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스스로 자인한 것이나 다름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한의협이 의과 교육과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거나 의도적으로 이를 폄하하려는 시도로 보인다"며 "지금도 한의과대학에서 의과대학의 교육 커리큘럼을 흉내 내고 있지만 그 양과 질은 모두 의과 교육과정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공의료 분야는 양질의 의료 수준이 보장되어야 하는 중요한 분야"라며 "한의협의 주장은 의료체계를 교란시킬 뿐만 아니라 국민과 환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의료인으로서는 해서는 안 될 발상"이라고 했다. 또 "의대정원 문제와 관련해 한방에서 응급의료 대체가능성에 대한 보도에 따라 실제 이를 수행할 수 있는 한방기관을 알려줄 것을 요청했음에도 그에 대한 답을 하지 못했던 한의협에서 이러한 정책을 제안하는 것은 정부와 의료계가 정책적 대립을 하고 있는 시점에서 ‘의료’라는 직역에 대한 발 걸치기 시도라는 인식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한의사들이 의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자 한다면 정식 의대 입학을 거쳐 의사면허를 취득하고 인턴 및 레지던트 과정을 수료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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