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이 자리한 행사에 돌연 불참을 통보한 뒤 의료계 인사를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의정 갈등의 중재자를 자처하며 야심차게 내건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이 헛바퀴를 돌자 한 대표의 발걸음도 분주해진 모습이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대표는 전날 한 의료단체 관계자를 만나 여야의정 협의체에 들어와 대화에 나서달라고 읍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한 대표가 의료계 관계자들을 순차적으로 만나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를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애초에 한 언론사의 창간 기념식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국민의힘 측은 행사 시작 30여분을 앞두고 출입 기자들에게 ‘일정취소’를 통보했다. 이 행사에서는 윤 대통령의 축사가 예정돼 있어서 지난 ‘빈손 만찬’ 논란 뒤 두 사람 간에 ‘깜짝’ 조우로 기대를 모았다. 독대 불발 뒤 양측의 갈등 기류 속에 관계회복의 계기가 될 자리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한 대표의 갑작스런 참석 취소로 이는 무위로 돌아갔다.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미묘한 상황에서 한 대표의 이 같은 선택은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을 더는 지체할 수 없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대표는 지난 6일 처음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이래 의료계 관계자들을 만나 협의체 참여를 설득해왔지만, 현재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상태다.
특히, 대통령실 주도로 의료계와의 소통 채널인 의료개혁특위 산하 ‘의료인력수급 추계기구’가 신설될 예정이어서 자칫 여야의정 협의체가 뒷전으로 밀려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추계기구와 협의체의 활동 영역이 상당 부분 겹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여야의정에서 ‘정’이 빠질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이다. 대통령실과 여당 모두 이 같은 시선에 ‘과도한 해석’이라는 입장을 보이지만,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당정관계를 감안하면 극단적인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한 대표의 입장에선 협의체의 출범을 서두를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더 지체하다간 의료개혁의 중재자는 고사하고 변죽만 울린 채 의정 간 협상테이블의 변두리로 밀려날 수 있는 처지에 놓였다. 한 대표가 속도전에 열중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그는 전날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이 지연되는 것을 우려하는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출범의 마지막 의사결정 단계 근처에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여야의정 협의체에서 큰 틀의 해결책과 공감대가 형성된 이후에 수급체계 관련 시스템이 가능한 것”이라며 “그것(수급체계 시스템)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 힘을 모을 때”라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박민수 복지부 2차관과 정부가 추진 중인 인력수급추계위원회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박 차관은 이 자리에서 “인력수급추계위원회가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산하에서 운영되지만, 여야의정 협의체를 보완하는 위원회일 수 있고, 실무적으로 협의체를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며 추계기구와 협의체가 ‘투트랙’으로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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