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과거 중국과 인도 진출 실패를 딛고 베트남에 연 대형 상업 복합단지로 1년 만에 성공 신호탄을 쐈다.
롯데백화점은 1일 베트남 하노이에 위치한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가 개점 1년 만에 누적 방문객 1000만명을 돌파하고 연말 누적 매출 3000억 원이 확실시된다고 밝혔다. 롯데몰 웨스트레이크는 개점 9개월만에 매출 2000억 원을 달성했고, 베트남 독립기념일 연휴였던 지난달 3일에는 하루 10만명의 고객이 찾아 일 방문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베트남에 있는 모든 백화점과 쇼핑몰 중 매출 1위다.
롯데몰 웨스트레이크는 베트남 하노이 서호 지역에 지난해 9월 22일 개장한 상업시설이다. 유통·건설 등 계열사 역량을 총동원해 축구장 50개를 합한 연면적 10만 7000평(35만 4000㎡) 부지에 △쇼핑몰 △마트 △호텔 △아쿠아리움 △영화관 등을 입점시켰다.
롯데백화점은 쇼핑몰 안팎을 문화공간과 휴식공간으로 채우고, 베트남에 처음 들어온 브랜드로 차별화를 꾀한 점을 성공 요인으로 꼽는다.
서호 지역은 전통적인 부촌이자 신도시가 계속 개발되면서 인구가 늘어나는 상권이다. 롯데몰 웨스트레이크는 매장으로 꽉 차던 기존 쇼핑몰과 달리 복합문화공간인 컬쳐에비뉴를 통해 25~35세의 젊은 고객을 끌어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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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은 서점·DIY매장·갤러리·디자인 굿즈샵을 입점시키면서 하루 5000명이 찾고 있다. 쇼핑몰 실내 아트리움 광장과 야외 분수 광장은 샤넬·디올·레고 등 각종 브랜드의 팝업 행사가 열리면서 누적 방문객 100만명을 돌파했다.
자라와 유니클로, 마시모두띠, 풀앤베어, 망고 등 젊은 층에 인기가 높은 글로벌 패스트 패션 브랜드(SPA)를 동시에 입점시킨 점포는 베트남에서 롯데몰 웨스트레이크가 유일하다. 과거보다 위상이 높아진 30여개의 K브랜드도 롯데몰의 성공을 뒷받침했다. 분식 브랜드인 두끼, 고깃집인 이차돌 등 외식 브랜드와 캐주얼 패션 브랜드인 MLB, 키즈 파크인 챔피언 1250 등이 전 매장 중 매출 상위 10%에 속한다.
롯데몰의 베트남 진출 성공은 신동빈 그룹 회장이 강조해온 ‘1등 DNA’와 통한다. 신 회장은 지난해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개장식에 참석하는 등 유통 사업의 동남아 진출에 힘을 싣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 1월 사장단 회의에서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처럼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사업모델을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
신 회장은 2008년 업계 최초로 롯데백화점 베이징점을 중국에 진출시켰고, 2015년에는 인도 정부에 복합역사 개발을 제안하는 등 전세계 최대 소비 시장인 중국과 인도에서 유통 시장을 개척하려 했다. 그러나 점포 위치, 브랜드 구성, 파트너 확보, 소비자 취향 등 현지 사정에 어두운 상황에서 무리하게 밀어 부치면서 현재는 유통 사업을 모두 철수했다.
롯데그룹 유통군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상대적으로 시장이 작지만 현지화가 용이한 동남아로 눈을 돌리면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베트남에서는 롯데몰을 포함한 백화점 3개와 할인점 16개, 인도네시아는 백화점 1개와 할인점 48개를 운영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베트남 투티엠에 쇼핑몰을 포함해 영화관, 호텔, 레지던스, 아파트로 구성된 대형 복합단지를 개발하는 등 유통과 부동산 개발 사업을 엮어 베트남 진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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