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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지역과기혁신법에 거는 기대

■정병선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장

지방소멸 막을 혁신생태계 조성

부처 지원 재편·규제 개선 필요

법 시행후 집행·성과분석 수반돼야

정병선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장




올해 6월 한국고용정보원은 부산이 광역시 중 처음으로 ‘소멸 위험’ 단계로 들어섰다고 발표했다. 대도시라도 산업, 일자리, 양육 환경 등 청년들이 뿌리내릴 여건이 취약해지면 도시의 지속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경고인 셈이다. 그간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부단한 노력에도 수도권에 인구와 일자리 절반 이상이 집중되면서 비수도권은 ‘지역 소멸’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산업 경쟁력의 원천인 과학기술 기반으로 지역균형발전을 이끌 특단의 대책이 절실한 이유다.

이런 맥락에서 22대 국회의 최우선 입법 과제 중 하나로 ‘지역과학기술혁신법’ 제정안이 발의된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지역혁신법은 수도권에 집중된 과학기술 역량을 지역에 분산하고 지역 산업에 특화된 정책·사업을 지방자치단체가 주도적으로 추진해 자생적인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법은 지역의 현실을 가장 잘 아는 지자체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찾고 정부는 이를 지원하는 체계를 마련함으로써 지역이 지역다운 혁신을 실현할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역혁신법이 소기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다음 사항을 염두에 둬야 한다. 첫째, 지역 혁신을 위한 지원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범정부 차원의 전략과 협력이 긴요하다. 각 부처 주도로 이뤄지던 산발적이고 파편화된 지원을 재편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가 유기적으로 협력해 기술 개발과 인재 양성, 산업, 클러스터, 일자리 등 정책 연계를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둘째, 경쟁력 있는 지역 거점을 중심으로 혁신 자원과 역량을 집적해 세계 수준의 지역 혁신 성공 사례를 창출하고 이를 확산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다른 나라들도 배우고 싶어하는 ‘대덕연구개발특구’와 같은 우수한 혁신 자원을 이미 갖고 있다. 지역에 특화된 기술과 산업을 기반으로 역량을 갖춘 지역의 혁신 거점이 한 단계 도약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가 협력해 재정, 세제, 규제 개선 등을 전방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지역별 특성에 맞는 지역 혁신 성공 모델을 만들고 다른 지역으로 넓혀갈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정부 지원에 대응해 지역도 과학기술 혁신을 위한 추진 체계를 정비하고 과학기술 혁신에 힘을 쏟아야 한다. 일본 후쿠이현과 스웨덴 말뫼와 같은 과학기술 기반의 지역 혁신 사례를 눈여겨볼 만하다. 해당 지역들은 지자체가 지역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하고 그 전략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 지역 산학연이 유기적으로 협력했다. 후쿠이현은 전통 산업인 섬유 산업에 첨단기술을 융합해 고도화했고 말뫼는 말뫼대를 중심으로 스타트업을 적극 육성해 지역 경제의 부흥을 이끌었다.

마지막으로 법 제정 이후 실행·평가 과정에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피드백이 필요하다. 법에 따른 제도와 지원이 구현될 수 있도록 지역 상황에 맞는 유연한 집행과 면밀한 성과 분석이 수반돼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체계적으로 정책과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지역혁신법 제정이 지역 주도로 지역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지역 혁신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는 초석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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