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키움그룹의 사실상 지주사인 ‘이머니’가 지난해 가상자산에 투자했다가 90%가량의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다우데이타(032190)·키움증권(039490) 등 금융회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기업이 금융회사의 가상자산 보유와 매입, 지분투자를 금지하는 상황에서 가상자산에 투자한 것이다.
2일 이머니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머니는 2022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넷마블(251270) 자회사 넷마블에프앤씨가 발행한 코인 ‘팬시(FNCY)’에 15억 원 가량 투자해 지난해 말 기준 13억 9000만 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확인됐다. 손실률은 92.8%다.
이머니는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의 외아들 김동준 키움인베스트먼트·프라이빗에쿼티(PE) 대표가 1대 주주로 있는 기업으로 다우데이타(31.5%)와 다우기술(45.2%), 키움증권(41.2%)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이머니 최대주주가 사실상 다우키움그룹 전체를 거느릴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정부는 2017년부터 금융기관의 가상자산 보유와 매입, 담보 취득, 지분투자를 금지해오고 있다. 이머니는 온라인 정보제공 업체라 해당 방침이 적용되지는 않는다.
다만 그룹 계열사가 키움증권·다우데이타 등 금융사가 핵심인 만큼 보다 강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특히 키움증권과 다우데이타는 최근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코리아 밸류업지수’에 금융 업종으로는 유일하게 같은 그룹에서 2곳 모두 포함됐다.
앞서 김 전 회장은 지난해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 무더기 하한가 사태 때 폭락 직전 대량 매도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당시 김 전 회장은 책임을 지고 그룹 회장직과 키움증권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며 600억 원 규모의 매각 대금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머니가) 국내 브로커리지 시장점유율 1위 키움증권을 보유하고 있는 실질적 지배회사라는 점에서 (가상자산 투자 자체에) 아쉬운 점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같은 맥락에서) 엄격한 도덕적 잣대 적용과 처신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머니 관계자는 “유력 게임 업체인 넷마블 발행 코인에 여러 대기업들이 총 600억 원을 투자했으며 그 중 당사 비중은 2.5%에 불과하다”며 “투자 결정은 키움증권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회 정무위원회는 이와 관련해 이달 17일 열리는 금융감독원 대상 국정감사 증인으로 김 전 회장을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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