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현대모비스 의왕 전동화 연구동. 이창원 현대모비스 책임연구원이 이어폰 형태의 센서를 착용하자 ‘엠브레인’ 화면의 뇌파 그래프가 출렁거렸다. 엠브레인은 뇌파를 이용해 운전자의 부주의 정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주의력이 떨어질 경우 경고하는 기술이다.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시각 알림부터 시트 진동 등 청각을 통한 경고까지 다양한 감각을 이용해 사전에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 시범 사업 결과 경고 시스템을 탑재한 경우 부주의 발생 횟수가 25.3% 줄었다는 것이 현대모비스 측 설명이다.
이 책임연구원은 “뇌파 측정 기술을 자동차 분야에서 적용한 것은 세계 최초”라며 “향후 내비게이션 등 다른 기술과 연동해 확장성을 넓혀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대모비스가 2024 미디어 테크데이에서 2~3년 내에 상용화될 모빌리티 신기술 65종을 대거 공개했다.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인 1조 7000억 원의 연구개발비를 전동화와 전장 분야 등에 집중 투자한 덕이다. 현대모비스는 전동화 핵심 부품들을 중심으로 목적기반차량(PBV)과 미래항공교통(AAM) 등 미래 모빌리티에도 적극 대응할 예정이다
현대모비스의 대표적인 미래 모빌리티 기술인 ‘e-코너 시스템’에도 관람객들의 발길이 쏠렸다. e-코너 시스템은 휠 내부에 구동모터를 장착한 차세대 구동 시스템이다. 네 바퀴는 독립적으로 움직이며 극단적으로는 바퀴 네 개를 X자 모양으로 만들 수도 있다. 바퀴를 90도 돌려 움직이는 크랩 주행이나 제자리에서 회전하는 제로턴이 가능해 상용화될 경우 혁신적인 운전이 가능해진다는 평가다. 이외에도 현대모비스는 최대 탐지 거리를 350m로 늘린 고성능 전방 레이더, 차량 케어에 특화된 생성형 인공지능(AI) 등 혁신 기술을 선보였다.
현대모비스는 구동 서비스와 배터리 시스템, 전력 변환 시스템을 세 축으로 하는 전동화 핵심 부품 3대 개발 전략도 공개했다.
우선 구동 시스템의 방향성은 모터와 감속기, 인버터를 통합한 ‘3 in 1’ 방식으로 잡았다. 현재 개발 중인 제품은 320~350마력을 낼 수 있는 ‘22㎾ 구동 시스템’으로 앞선 기술보다 120마력 이상의 강력한 힘을 낼 수 있다.
이영국 전동화 엔지니어링 실장은 “과거 단품 위주의 전동화 사업에서 시스템 단위의 제품을 넓혀가고 있다”며 “일반 차량뿐 아니라 에어 모빌리티나 로보틱스, PBV 등으로 확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시스템은 열관리 안정화 기술을 중점적으로 확보한다. 열 전이를 지연시키는 것에 안주하지 않고 원천적인 위험을 방지하는 내열성·내화성을 갖춘 시스템을 개발한다. 또 배터리셀을 차량의 섀시로 바로 연결하는 ‘셀투바디’ 기술도 준비하고 있다. 전력 변환 시스템은 통합충전제어장치(ICCU)를 통해 전기차와 충전 인프라, 스마트홈 기능을 연결하는 V2X를 실현하는 것이 목표다. 폭스바겐·벤츠 등 글로벌 완성차와도 접촉하며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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