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의 사우디아라비아 자푸라 천연가스전 열병합발전소 2단계 사업 수주는 해외 매출 확대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전은 4분기 전기요금 인상이 불확실한 만큼 해외 사업 등 대체 수익원 확보를 통해 200조 원이 넘는 부채를 일부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사우디 열병합발전소 수주를 통해 1조 원 이상의 추가 매출이 발생하게 되면서 향후 재무구조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3일 한전에 따르면 사우디 자푸라 열병합발전 1단계 사업의 준공 이후 연간 매출 규모는 약 5700만 달러(750억 원)다. 한전은 해당 사업을 20년간 운영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총 1조 5000억 원의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2단계 사업 역시 비슷한 규모의 매출이 예상된다. 운영 기간은 1단계보다 2년 적은 18년으로 전망되지만 전력생산량(317㎿→320㎿)과 증기 발생량(시간당 315톤→ 465톤)이 늘어 연간 수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전과 사우디는 최초 운영 기간 종료 이후에도 합의하에 전력·증기구매(판매)계약(ECA)을 5년씩 두 차례 연장할 수 있다. 최장 28년간 운영이 가능한 셈이다. 한전 관계자는 “18년간 운영을 하면서 건설비 등 투자 비용을 회수하고 일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며 “추가 계약 기간에는 이보다 훨씬 높은 수익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2단계 사업의 총사업비는 1단계 당시의 5억 3000만 달러(7000억 원)에서 최소 20% 이상 늘어난 7억~8억 달러로 추정된다. 설비용량이 커진 데다 자재비 등 공사비도 급등한 탓이다. 2단계 건설은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올해 1월부터 착수한 자푸라 가스플랜트 증설 사업과 맞물려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시공한 자푸라 열병합발전소 1단계 설비는 자푸라 가스전에서 나오는 가스를 가공·정제하는 자푸라 가스플랜트에 전력과 증기를 전담 공급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사우디 측은 2027년 2월 자푸라 가스플랜트 시운전을 앞두고 있어 2단계 건설을 신속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의 이번 사우디 사업 추가 수주는 천문학적인 부채를 해소하는 데 상당한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전은 전력 판매와 관련 공공요금 인상을 억제한 국가 정책으로 상당한 적자를 감수해야 했다. 한전 통계에 따르면 2021년 전기 판매 단가는 ㎾h당 108.1원으로 원가(126.6원)의 약 85%에 불과했다. 2020년에는 약 101%를 기록했지만 2019년과 2018년에는 93% 수준에 그쳤다. 이 같은 역마진 구조가 장기화하면서 한전의 누적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었다. 한전은 2021년 약 5조 8500억 원의 영업적자를 시작으로 2022년 약 32조 6600억 원, 지난해 4조 5400억 원의 적자를 냈다. 한전의 부채 비율 또한 2020년 말 112.1%에서 지난해 말 644.2%까지 폭등했다. 올해 4분기도 전기요금 인상이 불확실한 만큼 누적 적자와 부채 해소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전은 이에 전력 판매 이외의 해외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전은 올해 6월 말 기준 18개국에서 총 38개 해외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유형별로는 △원자력발전 1개국 1개 사업(총 5600㎿) △화력발전 10개국 14개 사업(총 1만 8977㎿) △신재생발전 6개국 7개 사업(3918㎿) △그리드·솔루션 9개국 17개 사업 등이다. 지난해 해외 사업 매출액은 2조 6000억 원으로 당초 목표치(2조 4000억 원)를 초과 달성했다. 한전은 2026년 3조 원, 2028년 4조 원까지 연간 해외 사업 매출을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다.
한전 관계자는 “해외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며 신규 시장 개척에 힘을 쏟고 있다”며 “자푸라 열병합발전소 2단계 수주를 확정하면 3단계에도 단독 참여할 권리를 확보할 수 있어 중동 지역의 사업 역량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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