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지수가 없어서 밸류업이 안 됐나요? 일관성 있는 정책으로 수익률을 끌어올려야 믿고 투자를 하죠.”
얼마 전 만난 한 자산운용사 대표에게 ‘코리아밸류업지수’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물었더니 돌아온 답변이다.
정부가 연초부터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개선한다며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을 발표하고 밸류업지수까지 내놓았지만 수익률이 신통찮으면 결국 요란한 빈 수레가 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한국거래소가 지난달 24일 발표한 밸류업지수에는 시가 총액, 수익성, 주주 환원, 자본 효율성 등을 기준으로 선정한 코스피·코스닥 내 100개 기업이 편입됐다. 하지만 출발부터 삐거덕거리는 모습이다. 밸류업지수의 배당수익률(2.2%)은 코스피200(2.3%)보다 낮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2.6배로 코스피200(2배)보다 높다. 배당 등 주주 환원 의지가 높은 기업을 선별해 자금 유입,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했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대형주 위주의 기존 지수와 종목 구성에서 별반 차이가 없었다.
선정 기준을 두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기본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SK하이닉스(000660)가 15%의 최대 비중으로 편입되고 주주 환원에 인색한 엔씨소프트(036570)나 DB하이텍(000990),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밸류업 역행 비판을 받은 두산밥캣(241560) 등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업종 간 비중을 맞추기 위해 산업군별 상대평가를 한 탓에 밸류업에 적극적인 금융 대장주인 KB금융(105560)·하나금융지주(086790)는 빠진 반면 대주주의 도덕성 논란이 있는 다우키움그룹 내 2개사(다우데이타(032190)·키움증권(039490))은 금융업종에 포함된 점도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시장의 혹평 속에 급기야 거래소는 당초 계획과 달리 연내 특별 구성 종목을 변경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기존에 편입됐다 석 달 만에 빠지는 기업도 생기게 된다는 뜻이다. 어떤 이유를 들어 이들 기업을 납득시킬지도 의문이다.
개인들은 ‘오를 것’이라는 ‘믿음’이 있는 곳에 기꺼이 투자한다. 지수 구성이 객관적 기준으로 투명하게 이뤄지고 결과적으로 지수가 우상향할 때 개인도 기업도 이 지수를 신뢰할 수 있다. 그간 수많은 관제 펀드들이 반짝 관심 후 부진한 성과로 생기고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밸류업지수가 밸류다운, 밸류 없는 지수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편입되고 싶은 지수, 투자하고 싶은 지수를 만들면 된다. 일관된 기준과 끊임없는 정책적 관심, 세제 혜택 등 다양한 유인이 조성될 때 진정한 밸류업이 가능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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