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사들이 올 상반기 14조 원이 넘는 순이익을 올리며 역대 상반기 중 최대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고금리 장기화로 빚을 갚지 못하는 차주들이 늘면서 부실채권 비율이 급등하는 등 자산 건전성은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 당국은 지주 차원의 위험관리 강화를 유도하고 손실 흡수 능력도 키우도록 할 방침이다.
금융감독원은 4일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10개 금융지주회사(KB·신한·하나·우리·농협·DGB·BNK·JB·한투·메리츠)의 경영 실적을 발표했다.
올 상반기 10개 금융지주사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473억 원(3.3%) 증가한 14조 556억 원으로 집계됐다. 10개 금융지주의 상반기 순이익은 2021년 11조 5000억 원, 2022년 12조 4000억 원, 2023년 13조 6000억 원에 이어 올해까지 지속적인 증가세를 나타냈다.
업권별로 살펴보면 금융지주사들의 이익 중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54.5%로 가장 높았고 보험(15.3%), 금융투자(15.3%), 여신전문금융사(10.4%) 순이었다. 개별 합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이익이 증가한 곳은 보험 업권이 유일했다. 전년 말 대비 이익이 2878억 원(13.3%) 늘어나며 유일하게 증가세를 나타냈다. 은행 4553억 원(5.0%), 금융투자 9423억 원(27.7%), 여전사 118억 원(0.7%) 등은 모두 감소했다.
문제는 건전성 지표가 날로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인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올 6월 말 기준 0.90%를 기록해 전년 말 대비 0.18%포인트 올랐다. 1년 전인 지난해 상반기(0.63%)와 비교하면 0.27%포인트나 상승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오랜 기간 고금리·고물가가 지속하면서 차주들의 상환 여력이 나빠진 것”이라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재평가로 부실채권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손실 흡수 능력을 판단하는 지표인 대손충당금 적립률도 2023년 말의 150.6%에서 올해 6월 말 121.1%로 29.6%포인트 하락했다. 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부실채권에 대한 금융기관 준비 자금이 상대적으로 낮아졌다는 의미다.
한편 10개 금융지주사의 올 상반기 총자산은 3672조 7000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4.0%(142조 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자산 대비 자산 비중은 은행이 75.1%(2758조 6000억 원)로 가장 높았다. 자본적정성 지표의 경우 은행지주의 총자본, 기본자본, 보통주 자본비율이 각각 15.8%, 14.6%, 12.9%로 모두 규제 비율을 상회했다. 금융지주의 부채비율은 26.3%로 전년 말(27.2%) 대비 0.9%포인트 하락했으며 출자 여력 지표인 이중레버리지비율은 110.8%로 전년 말(114.2%) 대비 3.4%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자본 비율을 포함한 주요 경영지표는 양호한 수준이나 고정이하여신 증가 등에 따라 자산 건전성 관리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글로벌 금리 인하, 지정학적 불안 등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잠재 위험 요인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부동산 PF와 해외 대체투자 등 리스크에 대한 지주 차원의 위험관리 강화를 유도하고 손실 흡수 능력 제고도 지속 추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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