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파를 친 선수는 5명뿐이다. 이들 중 4명은 70타대를 쳤다. 71타 3명, 70타 1명이다. 이런 ‘지옥의 코스’에서 64타를 쳤다면 믿을 수 있을까.
‘가을 여왕’ 김수지가 보기 없이 버디만 8개를 잡고 8언더파 64타를 쳤다. 찬바람이 불면서 그의 샷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뜨거워지고 있다.
5일 경기도 여주시 블루헤런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3라운드에서 김수지가 3타차 단독선두로 치고 올랐다.
2021년 이 대회 챔피언이기도 한 김수지의 이날 스코어는 ‘완벽’ 그 자체였다.
러프에 들어가면 0.5타는 손해를 감수해야 할 정도로 어렵게 세팅된 코스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8개를 잡았다는 것 자체가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다.
우승을 다투면서 마지막 조로 플레이한 3명의 스코어 합계가 무려 14오버파였다. 윤이나가 1오버파 73타를 쳤고 황유민이 6오버파 78타, 그리고 박도영이 7오버파 79타를 쳤다.
3라운드 ‘무빙 데이’ 결과 김수지가 합계 4언더파 212타로 3타차 단독선두에 나섰고 윤이나 1언더파 215타 단독 2위, 황유민 1오버파 217타 단독 3위 그리고 박도영이 3오버파 219타 단독 4위로 최종일 맞게 됐다.
이븐파 72타를 친 전예성과 최예림이 1오버파 73타를 기록한 박민지와 함께 공동 5위(4오버파 220타)에 올랐고 2언더파 70타를 친 방신실이 1언더파 71타를 기록한 강지선과 공동 8위(5오버파 221타)를 달렸다.
김수지는 첫날 버디 딱 1개를 잡았다. 보기 5개를 기록한 김수지의 순위는 공동 41위(4오버파 76타)였다. 살짝 컷 오프가 걱정될 스코어였다. 김수지는 2라운드에서도 버디 딱 1개를 잡았다. 다만 보기도 1개만 범하면서 이븐파 72타를 쳤더니 순위가 공동 41위에서 공동 9위로 껑충 뛰었다.
하지만 이틀간 얌전했던 김수지에게 3라운드는 진정한 무빙 데이였다.
2번 홀(파3) 1.5m 버디로 시작한 그의 버디 행진은 3번 홀(파4) 11m 버디가 불을 붙였다. 7번 홀(파5)에서는 7m 버디가 홀을 찾아 들어갔고 9번 홀(파4)에서도 6m 버디가 홀로 사라졌다.
10번 홀(파5) 1.5m, 14번 홀(파4) 80㎝, 15번 홀(파4) 6m, 그리고 17번 홀에서도 2m 거리의 버디 퍼팅을 성공했다. 이때까지 그의 드라이브 샷은 페어웨이를 갈랐고 아이언 샷은 그린 위를 때렸다.
위기는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찾아왔다. 티샷이 왼쪽 깊은 러프로 들어가면서 페어웨이로 가까스로 빼는 선택을 해야 했고 그린 앞쪽 개울을 피해 세 번째 샷을 쳐야 했다. 보기가 나올 수도 있는 위기에서 김수지는 네 번째 샷을 핀 1.5m에 붙이고 이를 파로 연결했다. 이날 보기 이상을 기록하지 않은 선수는 김수지가 유일했다.
대회 최종일 챔피언조는 김수지를 비롯해 윤이나, 황유민으로 구성됐다. 올해 드라이브 샷 거리 부문에서 김수지가 12위, 윤이나가 2위 그리고 황유민이 4위에 올라 있다.
마지막 메이저 대회 마지막 날 화끈한 ‘장타 대결’이 성사됐다.
이날 2번 홀(파3)에서 홀인원을 기록한 박결은 버디 2개, 보기 8개를 곁들여 4오버파 76타를 치고 공동 21위(9오버파 225타)에 올랐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