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SK하이닉스가 올해 3분기 실적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을 추월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발 수요가 지속하면서 올해 전 세계 '메모리 부문 1위'까지 차지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8일 올해 3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다. 세부 사업별 실적이 공개되진 않지만,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 전체 실적의 50% 이상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에서는 DS 부문 내 메모리 사업의 매출을 22조∼24조원, 영업이익을 5조2000억∼6조30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사실상 파운드리와 시스템LSI가 고전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DS 부문의 실적 대부분을 메모리가 담당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8조1262억원, 6조7679억원으로 전망된다. 예측대로라면 3분기에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DS 부문(메모리 사업)의 영업이익 격차가 최소 4000억원에서 최대 1조5000억원에 이를 수 있다. 이와 별개로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최대 호황기였던 2018년 이후 역대 최대 분기 영업이익 달성도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18년 2분기와 3분기에 각각 5조5739억원, 6조4724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올해 2분기(5조4685억원)에는 '역대 3위' 분기 영업이익을 기록한 바 있다.
무엇보다 메모리 부문에서 세계 1위인 삼성전자를 제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만 놓고 보면 삼성전자 DS 부문(메모리 사업)과 SK하이닉스의 차이는 약 1조원 규모로 삼성전자가 앞섰다.
다만 하반기부터는 상황이 반전될 가능성이 있다. SK하이닉스가 3분기 6조70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에 이어 4분기 역시 7조8727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되면서 올해 영업이익이 23조원에 육박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삼성전자 DS 부문(메모리 사업)의 경우 4분기 영업이익은 6조∼7조7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연간 영업이익에서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근소하게나마 앞설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러한 추월의 발판에는 차세대 D램인 HBM의 역할이 주효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7월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3분기 D램은 HBM 중심의 판매 확대를 통해 전 분기 대비 한자릿수 초반의 출하량 성장을 계획 중"이라며 "올해는 늘어난 실리콘관통전극(TSV) 공정의 캐파(생산능력) 등을 통해 HBM3E 공급을 빠르게 확대해 작년보다 300% 이상의 HBM 성장을 이룰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특히 매출은 삼성전자가 많지만, 영업이익은 SK하이닉스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은 SK하이닉스가 일반 D램보다 3∼5배 비싼 HBM 시장을 선점하며 수익성을 확보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률은 각각 22.6%, 33%로 SK하이닉스가 업계 1위를 차지했다.
HBM 사업도 순항 중이다. SK하이닉스는 '큰손' 엔비디아에 지난 3월 HBM 5세대인 HBM3E 8단을 업계 최초로 납품한 데 이어 최근 12단 제품도 최초로 양산에 돌입했다. 연내 공급을 시작할 예정이다. 반면 삼성전자의 HBM3E 8단·12단 제품은 엔비디아 퀄(품질)테스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D램 점유율도 변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전체 D램 시장 점유율은 1분기 31.1%에서 2분기 34.5%(2위)로 3.4%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와의 격차는 12.8%포인트에서 8.4%포인트로 줄었다. 이 같은 추세는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엔비디아, AMD 등이 AI 플랫폼에 HBM3E 탑재량을 늘릴 것으로 예상되는 데 따른 것으로, HBM의 수익 기여도 또한 확대될 전망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