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늘어나며 제약·바이오업체들이 반려동물 시장 진입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경옥고’·‘우루사’·‘인사돌’ 등 기존 스테디셀러 제품들을 반려동물용으로 바꿔 출시하는가 하면 항암제와 같이 치료제가 부족한 분야에 대한 신약 개발 역량도 확장하고 있다. 동물용의약품 시장 확대 조짐에 정부와 국회도 관련 제도 정비에 나섰다.
6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069620)의 관계사인 대웅펫은 최근 반려동물용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수탁기관(CRO) 사업을 본격화했다. CRO는 신약개발 과정에서 제약사의 의뢰를 받아 임상시험 설계∙컨설팅∙모니터링∙데이터관리∙허가 등 업무를 대행하는 사업이다. 대웅펫 관계자는 “현재 반려동물 전문의약품이 부족해 동물병원에서는 70% 이상의 의약품을 ‘인체용 의약품’으로 대체하고 있다”며 “‘반려동물 혁신신약’을 만들려는 목적”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반려동물 의약품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제약∙바이오업체들은 신약 개발에 힘을 주는 모양새다. 박셀바이오는 현재 반려묘용 면역항암제 개발을 추진 중이다. 이 회사는 올해 8월 국내 최초 반려견 전용 면역항암제 ‘박스루킨-15’를 개발해 농림축산검역본부의 품목허가를 받았다. HLB생명과학은 그룹사인 핵심 파이프라인인 ‘리보세라닙’을 동물용 항암제로도 개발 중이다. 반려견 인지기능장애증후군 치료제 ‘제다큐어’를 개발한 지엔티파마는 최근 해당 의약품의 주성분인 ‘크리스데살라진’의 반려견 뇌전증에 대한 임상시험에 착수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모르도르인텔리전스는 국내 반려동물 의약품 시장이 2019년 1억 1074만 달러에서 연평균 4.3%씩 성장해 오는 2027년에는 1억 4072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조아제약(034940)은 정관개정을 통해 ‘동물용의약품, 단미사료 및 배합사료, 기타사료 등의 제조·판매업’을 추가했다. 앞서 삼진제약(005500), 삼일제약(000520), 환인제약(016580), 경보제약(214390) 등도 지난해 정관을 개정해 반려동물 사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기존의 스테디셀러 제품들을 동물용으로 바꿔 출시한 제품들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대웅제약은 2022년 영양제 임팩타민을 반려동물용으로 바꾼 ‘임팩타민펫’을 시작으로 올해 회사의 간판 제품인 ‘베아제’를 반려동물용 소화효소제로 변형한 ‘베아제펫’, 간기능 개선제 ‘우루사’를 개량한 ‘UDCA정’ 등을 출시했다. 동국제약은 반려견 전용 인사돌인 ‘캐니돌 정’을 선보였으며 광동제약은 영양제 경옥고의 반려동물용 ‘견옥고’를 판매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동물용의약품 제도화에 속도 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르면 이달 발표를 목표로 동물용의약품 품질 관리 등을 골자로 한 ‘동물용의약품 산업 발전대책’을 마련 중이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월 ‘동물용의약품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대표발의했다. ‘제약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인체용의약품 개발 지원의 근거가 되고 있는 만큼 동물용의약품 분야에도 비슷한 법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증가하며 반려동물의 고령화 문제도 주목받는 등 관련 시장이 커지고 있다”며 “동물의약품은 상대적으로 연구개발에 투입되는 시간과 비용이 적다 보니 시장에 진입하는 제약업체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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