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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전기 먹는 하마' 데이터센터, 전력 생태계도 바꾼다

■ 김세환 KB증권 리서치센터 수석연구위원

김세환 KB증권 리서치센터 수석연구위원




인공지능(AI)과 디지털화 물결이 에너지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전력 소모량이 높은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성능 효율화를 위한 냉각 장치 수요가 급증하면서 과거 대비 더 많은 에너지기 필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최근 신규 전력원 확보를 위해 컨스텔레이션 에너지와 전력 공급 계약을 맺었다. MS는 이번 계약으로 컨스텔레이션 스리마일 아일랜드 원전으로부터 2028년부터 20년간 독점으로 전력을 공급받게 됐다. 스리마일 원전은 1979년 원전 사고 이후 부분 폐쇄화를 거쳐 2019년에 완전히 문을 닫은 곳이다. 신기술의 발달이 죽은 원전마저 살려낸 것이다. 뉴스 발표 당일 컨스텔레이션의 주가는 22% 상승했고, 같은 업종에 속한 비스트라의 주가도 17% 상승했다.

MS 외에도 최근 데이터 센터 기업들은 원전 등 전력 생산 시설 근처에 데이터 센터를 설립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6년까지 데이터 센터 전력 사용량은 지난해 대비 최대 2.3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글로벌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은 세계 전체 전력 수요의 2%에 해당하는 460TWh(테라와트시)였는데 2026년까지 최대 1000TWh를 넘어설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MS를 포함한 아마존, 구글 등 하이퍼 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 기업)와 원자력 에너지 업체 간 계약은 이미 확장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마존 웹서비스(AWS)는 미국 펜실베니아주의 탈렌 에너지(Talen Energy)와의 계약을 통해 960MW(메가와트)급 원자력 기반 데이터 센터 단지인 큐뮬러스 데이터 센터를 인수했으며 수스케한나 지역에 향후 10년간 원자력 에너지 구매 계약(PPA)도 맺었다.

소형모듈원전(SMR)도 투자자들에게 주목을 받고 있다. SMR은 대형 원전보다 발전 용량과 크기를 줄인 500메가와트급 이하 규모의 원전으로 기존 원전 대비 운송과 설치 작업이 간소화한 것은 물론 탄소 배출이 없는 친환경 에너지 기술이라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미국 정부의 공식 인증을 받은 SMR 설계 기술을 보유한 미국의 뉴스케일파워는 지난 9월 기준으로 주가가 연초 대비 200% 넘게 급등했다.

미국에 상장된 원전 기업 중 안정적인 이익 성장을 보일 것으로 기대되는 종목은 콘스텔레이션과 비스트라다. 두 기업 모두 투자 수익성이 높은 데다 장기 이익 성장을 반영한 주가도 저평가돼 있는 상황이다. 콘스텔레이션과 비스트라의 12개월 선행 자기자본이익률(ROE)은 각각 21%와 36%로 시장 평균을 상회한다. 콘스텔레이션은 2022년 이후로 안정적인 ROE 상승 추세에 더해 자사주 매입량까지 늘어나며 최근 주가가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비스트라 역시 자사주 매입을 확대하는 등 주주환원에 신경 쓰는 모습을 보이며 앞으로의 상승세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다만 에너지 소비 예측에는 변수 요인이 존재한다. 반도체 장비 및 전력 솔루션 기업들의 에너지 효율화 기술력 향상은 예상 에너지 소비량을 일부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엔비디아가 시장에 내놓은 GPU는 점점 전력 효율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징 부문에서는 미국 굴지의 반도체 제조 기업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가 전력 효율성을 높인 제품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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