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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SaaS 정조준…VC, 동남아 투자 확대

싱가포르에 지사·법인 세우고

현지 펀드 직접 결성하거나 출자

정부도 싱가포르에 2억불 펀드 추진

승차공유 이어 B2B 등 시장 확대





국내 벤처캐피털(VC) 업계가 싱가포르 등 동남아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금융 허브로서의 싱가포르 위상이 한층 더 높아진데다 현지 스타트업의 성장세가 가파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동남아 전반에 걸쳐 핀테크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분야 벤처 기업에 대한 투자가 본격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해외 성장 기회를 잡으려는 VC들의 출사표가 잇따르고 있다.

7일 투자 업계에 따르면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한국투자파트너스·우리벤처파트너스 등 대형 VC와 디캠프와 같은 투자 기관은 싱가포르에 지사 또는 법인을 설립했거나 현지 투자를 진행했다.

2019년 국내 VC로는 처음으로 싱가포르 법인을 세운 한국투자파트너스는 지난해 7월 6000만달러(약 810억 원) 규모 동남아시아 펀드를 결성했다. 디캠프는 올해 동남아에서 결성된 펀드에 총 70억 원을 출자했다. 동남아 대표 VC로 꼽히는 골든게이트벤처스와 싱가포르 기반의 센토벤처스 등에 자금 유입이 이뤄졌다. 이 밖에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2022년 싱가포르에 지사를 설립했다.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거점을 마련한 국내 VC들은 현지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지난 8월 싱가포르 기반 스타트업 '슬릭플로우'가 진행한 700만달러의 투자 모집 라운드 때 리드 투자자로 참여했다. SaaS 스타트업인 슬릭플로우는 기업이 하나의 통합된 인터페이스 내에서 고객과 효율적으로 소통할 수 있게 해주는 플랫폼을 개발한다. 한국투자파트너스는 올해 5월 말레이시아 프롭테크 스타트업 라이브인(LiveIn)에 투자했다.



VC의 한 심사역은 “국내 벤처캐피털이 해외 스타트업에 대한 리드 투자자로 나선 것은 이례적”이라며 “현지 진출을 통해 유망한 스타트업에 대한 정보가 충분히 쌓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을 대체할 새로운 고성장 지역인 동남아에서 수익 확보의 기회가 열리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심사역이 싱가포르에 상주하며 투자할 만한 동남아 스타트업을 찾고 있다. 나민형 이사는 “현지 벤처 시장의 발전 형태가 종합 커머스, 승차 공유와 같은 거대 플랫폼에서 핀테크, B2B 서비스, 버티컬 커머스 등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라며 “동남아 지역 내 시리즈B 전후로 투자 유치 단계에 있는 핀테크, SaaS 기업을 중심으로 투자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젊은 인구가 많고 경제성장률이 높은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베트남,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국내 VC 업계가 싱가포르에 주목하는 것은 현지 투자에 대한 전문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리서치 업체인 게놈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지난해 전 세계 스타트업 생태계 순위로 8위를 차지했다. 이는 아시아에서 중국 베이징에 이어 두 번째다. 나 이사는 “지리적으로 동남아의 중심부에 위치한 싱가포르는 인접 국가로의 접근성이 좋은 데다 글로벌 VC들도 다수 거점을 두고 있어 투자 동향을 파악하는 데 유리하다”고 전했다.

정부가 국내 벤처 업계에 대한 해외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글로벌 투자 유치 모펀드(K-VCC)를 싱가포르에 처음 설립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K-VCC는 국내 VC가 적은 비용으로 글로벌 펀드를 설립하고 글로벌 투자 유치에 나설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플랫폼 역할을 수행한다. 2027년까지 싱가포르에 2억 달러 규모의 펀드 조성이 추진될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전 세계적인 고금리 추세에 따른 벤처투자 침체가 여전한 만큼 국내 VC의 동남아 진출이 현지에서 관심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외 스타트업 데이터 분석 플랫폼 딜룸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동남아 스타트업의 벤처투자 유치 규모는 총 13억달러로 전년 동기(28억달러)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이에 따라 점차 한국 VC로부터 투자를 받으려는 현지 스타트업이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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