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을 중심으로 스마트폰 과의존과 도파민 중독 현상이 심화하자 테크 기업들이 디지털 디톡스(해독)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추천 알고리즘에 노출돼 중독을 겪는 청소년이 늘고 있어 각국 정부도 미성년자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을 제한하는 규제책을 내놓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7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MZ세대 고객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사용 줄이기를 독려하는 ‘몰입의 순간에 접속해’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오프라인 행사를 진행하는 한편 너겟 5세대(5G) 이동통신 요금제 이용자를 대상으로 통신 신호를 차단하는 ‘스톨프 폰 박스’를 증정하는 이벤트도 열었다.
KT는 8월 중학생 100명을 대상으로 디지털 과몰입을 예방하기 위한 캠프를 개최했다. SK텔레콤도 올해 2~3월 복합 문화공간인 ‘T팩토리’에서 스마트폰을 맡긴 후 자신의 도파민 중독 지수를 점검할 수 있는 캠페인을 열었다. 지난달에는 도파민 중독의 심각성을 경고하는 영상 2개를 유튜브에 공개하고 디지털 캠페인을 시작했다.
숏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빅테크들도 미성년자의 보호에 뒷전이라는 비판이 거세지자 조치에 나섰다. 숏폼 서비스 ‘릴스’를 운영하는 인스타그램은 지난달 미국과 영국·캐나다·호주 등에서 18세 미만 신규 가입자를 ‘제한적인’ 10대 계정으로 전환했다. 알고리즘은 성적인 콘텐츠나 자살 및 자해에 관한 콘텐츠를 추천하지 않으며 미성년자 이용자는 연결되지 않은 사람이 보내는 메시지를 받을 수 없다. 인스타그램에 60분 이상 접속하면 알림을 받고 오후 10시부터 오전 7시까지 알림을 끄고 자동으로 답장을 보내는 ‘수면 모드’가 활성화된다. 한국에서는 내년 이 정책이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각국은 플랫폼에 더 많은 책임을 부과해 미성년자의 온라인상 안전을 강화하는 법안의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아동·청소년 온라인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안(COPPA 2.0)과 아동온라인안전법(KOSA)이 올해 7월 미국 상원의 문턱을 넘었다. 법안에는 온라인 업체들이 미성년 사용자의 개인정보 보호 수치의 기본값을 최고 수준으로 설정하도록 하고 유사한 콘텐츠가 자동으로 재생되는 기능을 끌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영국 통신미디어 규제 당국인 오프콤은 올해 5월 어린이가 자살이나 자해, 음란물, 섭식장애 등과 연계된 유해 콘텐츠를 보지 못하도록 플랫폼이 사용자 연령 확인을 강화해야 한다는 행정지침을 발표했다. 호주는 SNS를 사용할 수 있는 최소 연령을 설정하는 법안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 국회도 관련 법안을 마련하고 나섰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일별 이용 한도를 설정하고 청소년은 중독을 유도하는 알고리즘 허용 여부에 대해 반드시 친권자 등의 확인을 받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발의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SNS 사업자가 14세 미만 아동의 회원 가입을 거부하게 하는 내용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부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관련 기업들과 대책을 협의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 8월 청소년의 SNS·스마트폰 과의존 예방을 위해 통신 3사를 비롯해 네이버·카카오·구글코리아·메타코리아·한국마이크로소프트 등과 관련 정책 방향을 논의했다. 엄열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정책관은 “전 세계적으로 유·아동과 청소년 등 미성년자들의 SNS 과의존과 이로 인한 부작용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며 “이러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전문 상담과 예방 교육 등 정부 차원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건전한 디지털 문화 조성을 위한 기업의 역할과 책임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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