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아프리카를 직접 찾았다. 이번 출장은 롯데가 아프리카와 식품 사업을 시작으로 연을 맺고 있는 가운데 이상 기후로 인해 초콜릿 제품의 원료 수급이 어려워지자 현장을 점검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신 회장과 이창엽 롯데웰푸드(280360) 대표는 지난 주 가나로 출국했다. 신 회장은 가나 뿐 아니라 아프리카 국가들을 둘러 보며 미팅 일정을 소화할 것으로 전해졌다.
신 회장이 가나를 직접 찾은 것은 코코아 조달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지난해부터 코코아(카카오 열매 가공물) 가격은 이상 기후에 따른 수급 이슈로 연일 역대 최고치를 갈아 치우고 있다.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코코아 선물 가격은 이날 기준 6900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올 4월 1만달러를 넘어선 뒤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여전히 평년 대비 3배 가량 높은 수준이다.
이에 국내 최대 초콜릿 생산업체인 롯데웰푸드는 상품 가격을 인상하고 대체 생산지를 찾아 나섰다. 그러나 전 세계 코코아 생산의 60%를 담당하는 가나와 코트디부아르에서 엘니뇨 등 기상 이후로 생산량이 급감하며 여전히 수급이 원활하지 못한 상태다.
신 회장이 아프리카를 직접 챙기는 것은 그룹의 미래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아프리카는 석탄, 천연가스, 원유 등 3대 화석연료를 모두 보유한 ‘자원의 보고’로 손꼽힌다. 여기에 2021년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AfCFTA) 출범 이후 인구 14억명 규모의 거대한 소비 시장으로 부각되고 있다.
현재 롯데는 롯데웰프드의 가나초콜릿 식품 원료 수입국 외에도 롯데케미칼(011170)이 아프리카에 진출해 있다. 지난 2018년 롯데케미칼은 국내 석유화학업체 최초로 나이지리아에 아프리카 판매법인을 설립하고,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등 범용 석유화학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인프라가 부족한 터라 대규모의 건축, 토목공사 수주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또 롯데웰푸드, 롯데칠성음료의 해외 사업 확대도 꾀할 수 있다. 롯데웰푸드의 올해 해외 매출액이 9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신 회장은 지난 달 폴란드에서 롯데웰푸드 빼빼로의 글로벌 매출을 늘려 ‘연매출 1조원’을 주문했다.
아울러 롯데칠성 역시 지난해 해외 매출 호조에 힘입어 연간 3조원 클럽에 가입했고, 올해는 필리핀 펩시 영향으로 해외 매출이 40%까지 늘며 4조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9월 롯데칠성이 경영권을 확보한 필리핀 펩시의 연간 매출액은 9448억원으로 1조원에 근접했다. 이 때문에 신 회장은 지난 6월 정부가 주최한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행사에 참석해 아프리카 주요 관계자들과 면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신 회장은 가나를 비롯해 아프리카 지역에 경제 뿐 아니라 문화 행사 등도 지원하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며 “연말 가나의 대선이 예정돼 있는 만큼 관계자들을 만나 사업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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