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105560)그룹과 신한금융그룹이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한 내부통제 강화에 나섰다. 최근 금융 사고가 잇달아 터지자 테크를 활용한 내부통제 강화 방안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특히 KB금융과 신한금융은 그룹 최고경영자(CEO)인 양종희 회장과 진옥동 회장이 직접 나서 진두지휘하면서 속도가 나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진 회장은 최근 내부통제 시스템에 대한 AI 기술 접목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달 신한금융 이사회가 개최한 투자자 대상 라운드테이블에서 “AI를 탑재해 내부통제 이행 관리 시스템을 체계화하고 발전시키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 신한은행은 올 7월부터 AI가 직원의 이상거래를 탐지하는 시스템의 고도화를 진행하고 있다. 음성·영상 등 데이터를 분석해 대출 사기 등 내부 임직원이 가담한 비위 행위를 잡아내는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중장기 목표다.
양 회장 역시 ‘내부통제 디지털화’를 강조하며 AI 등 첨단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국민은행이 AI 기술로 금융 거래 데이터를 분석하고 금융 사고를 탐지·예측할 수 있는 상시 감사 시스템인 ‘내부통제 이상거래시스템(FDS)’을 구축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방침의 일환이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2월 은행권 최초로 AI 활용 대출 상시 감사 지원 시스템의 특허권을 취득한 후 지속적으로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다. KB금융 관계자는 “양 회장은 취임 전부터 내부통제 프로세스의 디지털 접목을 강조해왔다”고 설명했다.
금융지주 회장들이 직접 나서 내부통제 ‘단속’에 나선 것은 금융 사고가 계속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5대 은행에서 벌어진 횡령·배임·사기 등 금융 사고는 총 26건으로 8개월 만에 2022년(22건), 지난해(19건) 발생 건수를 넘었다. 10일로 예고된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금융사의 내부통제가 가장 뜨거운 현안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CEO가 ‘그립’을 세게 쥐면서 내부 경각심을 높이는 상황”이라며 “사고 유형도 복잡해지는 만큼 하이 테크를 도입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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