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첫 AI폴더블폰 출시에도 불구하고 올해 3분기 스마트폰 사업 부문에서 실적 반전에는 사실상 실패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갤럭시 Z플립6 등 플래그십 폰 소비가 높은 국내 스마트폰 시장과 달리 해외 시장에서는 중저가폰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강하다 보니 ‘AI폴더블폰’ 출시 효과가 실적 견인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애플 보다 먼저 AI폴더블폰을 선보였지만 눈에 띄는 실적 개선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전반적인 휴대폰 사업 방향에 대한 위기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8일 연결기준 3분기 영업이익이 9조1000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동기보다 274.49% 증가했지만 시장 전망치를 하회했다.
잠정 실적이라 부문별 자세한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MX 및 네트워크사업부의 실적은 감소했을 것이라는 게 증권업계의 시각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3분기 MX 및 네트워크사업부의 영업이익은 2조 6000억 원으로 예상된다. 잠정치라는 점을 감안해도 1년 전 같은 기간(3조 3000억 원) 보다 21.2% 줄었다. 2021년 3분기 영업이익(3조 3600억 원)과 2022년 영업이익(3조 2400억 원)과 비교해도 각각 22.6%, 19.7% 감소한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국내 시장에 비해 20~30만 원 대의 중저가형 스마트폰에 대한 관심이 해외 시장에서 더 높은 점을 영업이익 하락 이유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올 초 출시한 갤럭시 S24시리즈가 꾸준히 팔리며 실적을 선방하고 있긴 하지만 폴더블폰 시리즈 등 전체적인 플래그십 폰 판매량이 함께 늘어야 영업이익 호조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 스마트폰 업체 등의 폴더블폰 시장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는 데다 해외 시장에서는 중저가폰 위주로 수요가 높다 보니 관련 판매량이 늘어나더라도 수익성 개선에 큰 도움이 되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카운트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 2분기 저가형 스마트폰(150달러 미만)의 전 세계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0% 성장했으며 전체 시장의 37%를 차지한다. 이 기간 판매량 2,3위는 삼성전자 갤럭시 A시리즈가 차지했지만 1위는 샤오미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화웨이의 올 2분기 전 세계 폴더블폰 시장 점유율은 27.5%로 삼성전자(16.4%)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애플이 신제품 아이폰 16시리즈에서 자사 AI시스템인 ‘애플 인텔리전스’ 기능을 아직 전세계적으로 제공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올 초 AI폰에 이어 AI폴더블폰까지 출시한 삼성전자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은 점도 위기감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부품 원가가 오른 점 등도 배경으로 꼽힌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갤럭시Z6 폴더블 시리즈를 출시하면서 올림픽과 연계해 대대적인 마케팅을 진행했지만, 예년보다 판매가 다소 부진했던 것이 영업이익이 감소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또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등 부품 가격이 올랐던 것도 요인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삼성전자는 3분기 영업이익이 올 2분기 영업이익(2조 7000억 원)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4분기에도 갤럭시 S24시리즈와 폴더블 Z6 시리즈 등 AI폰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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