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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서 '도전자'로…소방수 전영현 "기술로 위기 극복할것"

"수성 마인드 아닌 도전정신 무장

문제점 치열하게 토론하고 개선"

기술경쟁력·조직문화 혁신 강조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제공=삼성전자




전영현 삼성전자(005930) DS부문장(부회장)이 8일 잠정실적 발표 직후 이례적인 사과 메시지를 내놓은 것을 두고 반도체 업계에서는 30년간 유지한 메모리 1위의 위상을 내려놓고 ‘도전자’의 위치에서 강도 높은 쇄신을 이어가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해석한다.

전 부회장은 “가진 것을 지키려는 수성(守城) 마인드가 아닌 더 높은 목표를 향해 질주하는 도전 정신으로 재무장하고 현장에서 문제점을 발견하면 그대로 드러내 치열하게 토론하고 개선하겠다”고 했다.

메시지 서두에서 앞세운 것은 기술력의 복원이다.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 메모리의 핵심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빼앗겼다. 굳건하게 1위를 지켜오던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 분야에서도 경쟁사의 기술 추격 속도가 매섭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보다 한발 앞서 6세대(1c) 10나노급 D램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에서는 대만 TSMC에 밀려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큰손’ 고객사 부재 상황이 지속되며 최근 분사설까지 불거졌을 정도다. 메모리와 비메모리 사업 양쪽에서 제기되고 있는 반도체 위기론을 극복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를 기술력 향상으로 꼽은 것이다.



전 부회장은 “기술과 품질은 우리의 생명이고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삼성전자의 자존심”이라며 “단기적인 해결책보다는 근원적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이어 “세상에 없는 새로운 기술, 완벽한 품질 경쟁력만이 삼성전자가 재도약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덧붙였다.

조직 문화 개선도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삼성전자는 최근 우수 인재 유출과 노사 갈등 등 사내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다. 경직된 관료주의적 문화가 삼성 반도체 사업에 뿌리내리며 기술 발전이 정체됐다는 비판적 목소리도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전 부회장은 이와 관련해 “신뢰와 소통의 조직 문화를 재건하겠다”며 “현장에서 문제점을 발견하면 그대로 드러내 치열하게 토론해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전 부회장은 앞서 8월 DS 부문 임직원에게 보낸 사내 메시지를 통해 ‘반도체 신(新)조직 문화 C.O.R.E 워크(work)’를 제시한 바 있다. ‘C.O.R.E’는 문제 해결, 조직 간 시너지를 위해 소통하고(Communicate), 직급·직책과 무관한 치열한 토론으로 결론을 도출하며(Openly Discuss) 문제를 솔직하게 드러내(Reveal)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 결정하고 철저하게 실행한다는(Execute) 의미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 부회장이 반도체 수장으로서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에 대한 책임을 절감하고 위기 극복을 위해 온몸을 던지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며 “8월 사내 메시지에 이어 투자자·고객과 더 진솔하게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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