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투자자들이 시가총액이 연고점 대비 20% 넘게 빠진 삼성그룹의 주요 종목들로 구성돼 있는 상장지수펀드(ETF)를 매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가 장 중 한때 5만 원대까지 떨어지며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역사상 최저 수준에 근접한 삼성전자(005930)를 비롯해 다른 계열사들의 주가가 밸류에이션(가치) 대비 과도하게 저평가돼 있다고 보는 것이다. 대다수 전문가 역시 삼성그룹의 주가가 실적 대비 과도하게 떨어져 있다는 사실에 동의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신중한 투자를 권고하고 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일부터 이달 8일까지 한 달여간 개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 삼성전기(009150) 등 삼성그룹 기업들에 투자하는 ‘KODEX 삼성그룹’, ‘TIGER 삼성그룹펀데멘털’ 등 5개의 삼성그룹 관련 ETF 총 2608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지난 8월과 7월 각각 440억 원어치와 3845억 원어치를 팔아 치웠던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혼자서 그룹 시총의 3분의 2가량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추락이 뼈아팠다. 삼성그룹의 시총이 연고점을 찍은 지난 7월 11일 이후 약 3개월 새 외국인과 기관이 약 13조 7600억 원어치를 팔아 치우며 주가가 30% 넘게 급락했다.
삼성물산(028260)도 덩달아 흔들리고 있다. 금리 인하로 인한 건설주 훈풍은 물론 지분율이 40%가 넘는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의 주가 급등세 수혜를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있다. 주가가 3개월 새 10% 넘게 빠지며 코스피 지수보다 못한 성적을 기록했다. 삼성전자와 협업 빈도가 높은 삼성전기는 전자기기(IT) 수요 둔화 전망도 더해지며 3개월 새 주가가 20% 넘게 빠졌다. 올 하반기 최대 이벤트로 주목 받던 밸류업 지수 발표도 흐름을 바꾸기엔 역부족이었다. 탄탄한 실적과 높은 주주환원율을 바탕으로 올 들어 주가가 상승 곡선을 그리던 삼성그룹 내 보험, 증권 업종들은 삼성화재(000810)를 제외하고 편입이 불발됐을 뿐만 아니라 발표 이후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진 탓에 주가 상승세가 둔화됐다.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이 분석 보고서를 내놓은 15개 삼성그룹 기업 중 8개가 최근 한 달 새 영업익 추정치가 하향 조정됐다. 삼성전자는 지난 8일 올 3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국내 증권사들이 집계한 평균 영업이익 전망치 13조 5441억 원보다 30% 넘게 적은 9조 1000억 원이라고 밝히며 투자자들의 불안을 가중시켰다.
고태봉 iM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과거 삼성하면 투자자들 사이에서 강한 믿음이 자리 잡아 있었지만 최근에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전반적으로 브랜드 신뢰도가 많이 깨진 상태”라고 지적했다. 염승환 LS증권 연구원도 “결국에는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나 TSMC 등 타 경쟁사에 뒤처지지 않는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거나 개선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음을 투자자들에게 보여줘야만 반등이 가능하다"며 “지금 무언가를 보여주지 않으면 향후에는 더 힘들어진다는 사실을 삼성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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