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연구자들이 올해 노벨물리학상과 노벨화학상을 석권하면서 과학 분야에서도 AI의 파급력이 확인된 가운데 우리나라가 ‘AI기본법’ 제정을 비롯한 법·제도 정비와 함께 과감한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산업 육성과 기술 규제를 통해 AI 리더십 확보 경쟁에 뛰어든 상황에서 자본력·기술력·인적자본 등 모든 부문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우리나라가 ‘AI 변방’에 머물지 않으려면 이번 노벨상 결과를 계기로 삼아 보다 적극적인 육성책을 펴야 한다는 지적이다.
10일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마켓리서치비즈에 따르면 전 세계 과학 분야의 생성형 AI 시장 규모는 올해 54억 달러(약 7조 3000억 원)에서 2032년 459억 달러(약 62조 원)로 연평균 31.4%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구글을 포함한 글로벌 빅테크들은 생명과학·재료과학·기상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대신하는 AI 모델, 즉 ‘AI 과학자’를 상용화하고 있다. 석차옥 서울대 화학과 교수는 “자연과학 분야에서 그동안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이 AI 덕분에 점점 풀리고 있다”며 “과학계에서 AI는 과거 양자역학에 준하는 파급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AI 경쟁력이 기초과학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상황은 우리나라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전무할 만큼 기초과학 경쟁력이 취약한데다 AI 경쟁력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최경진 가천대 법대 교수(한국인공지능법학회장)는 “AI기본법 제정이 시급하다”며 “법안에 정부의 산업 진흥과 규제뿐 아니라 기초과학 등 AI 기술 발전을 위한 다양한 지원이 가능하도록 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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