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반도체와 미래차 등 신산업 분야에 대한 중견기업의 연구개발(R&D)을 장려하기 위해 도입된 세액공제 제도가 현실과 맞지 않는 적용 조건 때문에 기업의 신청이 저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견기업의 공제율은 최고 40%지만 코스닥 상장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대기업으로 분류돼 공제율이 30%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정부는 시스템반도체와 바이오·미래차 등 신산업의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기술력을 강화하기 위해 신성장·원천기술을 확대 지정해 R&D 세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2019년 11개 분야, 173개 기술이 지정됐던 신성장·원천기술은 해마다 늘어 지난해 14개 분야, 270개 기술까지 확대됐다. 정부는 기업이 해당 기술에 투자할 경우 최대 40%를 법인세에서 공제해준다. 기업 규모별 R&D 세액공제액은 중소기업 30~40%, 중견기업 25~40%, 대기업 20~30%다.
문제는 중견기업의 경우 최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세액공제 요건이 까다롭다는 점이다. 현 조세특례제한법은 중견기업의 공제 구간을 적용받으려면 ‘코스닥 상장(3년 평균 매출액 5000억 원 미만의 코스닥 상장사)’ 조건을 충족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매출액 5000억 원 미만의 중견기업 가운데 코스닥 상장사는 2022년 말 기준 전체의 7.8%(434개사)에 불과하다. 조세특례제한법 내 세제 지원 중 상장사를 요건으로 지원을 제한하는 제도는 신성장·원천기술 R&D 세액공제가 유일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견기업의 신성장·원천기술 세액공제 실적은 다른 기업군 대비 저조하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중견기업의 신성장·원천기술 R&D 세액공제액은 622억 원으로 중소기업 공제액(1578억 원)의 40% 수준에 그쳤다. 대기업(1조 476억 원)과 비교하면 6%도 안 된다.
업계에서는 미래 성장 동력 확충이라는 제도 취지를 고려할 때 신성장·원천기술 R&D 세액공제에서 중견기업의 지원 대상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도의 활용 실익을 높이고 산업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현실에 맞지 않는 조항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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