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위치한 신협 10곳 중 6곳이 올 상반기 적자를 기록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투자 손실뿐만 아니라 제주도를 찾는 여행객의 소비가 감소하면서 제주도 경기가 전반적으로 악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제주도에 위치한 신협 29개 중 올 상반기 적자를 기록한 곳은 총 19곳(65.5%)이다.제주중앙 조합은 가장 큰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제주중앙 조합은 올 상반기 기준 65억 원의 순손실이 나면서 지난해 말(△7억 원)에 비해 약 9.3배 적자 폭을 확대했다. 해당 조합은 올해 상반기에만 74억 원의 대출채권을 매각하면서 지난해 연간 전체(29억 원)의 약 2.6배에 달하는 규모를 정리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제주도 소재의 신협 단위조합 중 가장 큰 폭으로 수익이 감소한 조합은 한라지점이다. 한라지점은 지난해 말 50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지만 올해 상반기 23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반년 만에 73억 원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매각한 대출채권도 5억 원에서 65억 원으로 크게 뛰었다.
제주도에 위치한 신협의 실적이 악화한 것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이 확대된 영향이 크다. 제주 지역 부동산 시장은 2022년 7월 고점을 찍은 뒤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고금리·고물가 장기화로 실수요와 다른 지역 거주자의 투자수요가 모두 위축되면서 분양시장 침체는 물론 미분양 주택도 증가세다. 고금리로 인해 사업성이 악화한 사업자들의 금융비용 부담이 확대하면서 고급 주택·오피스텔·호텔 등을 경매에 넘어오는 사례도 발견되고 있다.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이 지갑을 닫으면서 제주도의 실물 경기가 악화한 영향도 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발표한 '엔데믹 이후 제주 지역 관광 경기에 대한 평가 및 향후 여건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제주도 관광객 전체 소비 중 외국인의 비중은 2024년 2분기 16.8%에 그쳤다. 2019년 2분기 37%에 비해 절반 이하 수준으로 감소한 것이다.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외국인 관광객 수 비중이 과거에 비해 늘었는데 오히려 과거보다 1인당 소비 금액이 내국인에 비해 크게 줄었다고 봤다.
신협 관계자는 “엔데믹 이후 여행수요가 해외로 집중되면서 일본과 동남아가 제주의 대체 여행지로 선택되고 있다”면서 “부동산PF뿐만 아니라 제주도 자체의 여행산업이 침체된 것이 차주의 상환 여력을 감소시키면서 단위조합이 대규모 충당금을 쌓게 해 실적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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