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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교보문고 오픈런' '예약한도 초과'…전국 서점·도서관 뒤덮은 한강 ‘품귀현상’

광화문 교보문고 오전 '오픈런' 행렬

책 재입고에 시민들 흥분 감추지 못해

전국 알라딘 중고매장 재고 전부 품절

도서관에선 대여 신청 수십명 몰려

급기야 예약 가능 인원 초과되기도



11일 오전 10시 15분께 광화문 교보문고에 한강 작가의 책이 재입고되자 시민들이 매대 앞에 모여 책을 고르고 있다. 이승령 기자




“한마디로 ‘한강의 기적’이에요. 어제 밤 수상 소식을 듣고 너무 자랑스러워서 오늘 일찍부터 서점으로 달려왔습니다.”

11일 오전 10시 15분 광화문 교보문고. 텅 비어있던 한강 작가 특별 매대가 갑자기 ‘흰’ ‘작별하지 않는다’ 등 대표작들로 채워졌다. 재고가 없을 줄 알면서도 매대 주변을 맴돌던 사람들은 재입고 소식에 환호하며 일제히 정문 밖까지 줄지어 늘어섰다. 뜻밖의 ‘횡재’에 성공한 시민들은 책을 골라들고 계산대로 이동하면서도 좀처럼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간밤 한강(53) 작가가 한국·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11일 전국이 ‘한강 열풍’으로 들썩이고 있다. 전날 밤 예스24·알라딘 등 주요 대형 서점 사이트에 접속이 폭주한 데 이어 이날에는 아침부터 오프라인 서점과 도서관에도 한강의 책을 애타게 찾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광화문 교보문고에서는 영업 시작 전부터 달려온 시민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삼청동에 거주하는 최모(60)씨는 “여태까지는 우리 근현대사의 아픔 때문에 (한강 작가의 작품을) 정독하지 않고 오히려 멀리하기도 했다”면서 “(수상 소식이) 너무 대단하고 감동적이라 재고가 없을 줄 알면서도 오전 8시부터 서점 앞에 와서 기다렸다”고 말했다.

11일 오전 10시 15분께 광화문 교보문고에 한강 작가의 책이 재입고되자 시민들이 정문 밖까지 줄지어 구매를 기다리고 있다. 이승령 기자


강서구 구민회관에서 시낭송 강사로 일하는 이서윤(60)씨는 “밤새 한강 작가 관련 영상을 보다가 오늘 책을 구하기 위해 일찍부터 왔다”며 “향후 한강 작가 작품을 회원들과 필사나 녹음도 할 계획”이라고 했다.

11일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한 관계자가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를 매대에 진열하기 위해 책을 옮기고 있다. 이승령 기자


한강 작가의 대표작 ‘소년이 온다’와 ‘채식주의자’가 뒤이어 매대에 진열되자 시민들의 시민들의 웅성거림이 다시 교보문고 내부를 감쌌다.

두 작품을 대기줄 가장 앞에서 손에 넣은 문자현(48) 씨는 “한강 작가가 노벨상을 타고 고등학생 딸이 부탁해서 왔는데 검색했을 때는 없더니 이렇게 입고가 돼 살 수 있었다”면서 “너무 자랑스럽고 좋아서 인증샷도 찍으려고 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알라딘 오프라인 중고매장에서는 현재 한강의 저서를 아예 구매할 수 없는 상태다. 알라딘 중고매장 이수점 관계자는 “원래 2권이 있었는데 오늘 아침에 우주점(알라딘 온라인 중고매장)에서 오셔서 가져갔다. 지금 전국 오프라인 중고매장에는 아예 재고가 한 권도 없는 상황”이라며 “오늘 아침에도 몇 분이 오셔서 재고가 있는지 물어보셨다”며 열기를 전했다.

실제 한강의 작품은 전국 서점에서 판매가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수상 후 겨우 반나절이 지났음에도 교보문고에서만 6만부, 예스24에서는 7만부 이상이 팔려나갔고 대부분이 물량 부족으로 예약판매로 진행되고 있다.

교보문고는 11일 오전 실시간 베스트셀러 1~9위까지가 모두 한강 작품이다. 교보문고 측은 “한강의 작품 판매는 전날에 견줘 노벨상 수상 후 451배나 증가했다”고 전했다. 알라딘은 노벨문학상이 발표된 10일 오후 8시부터 11일 오전 10시까지 한강 작가의 책 판매량은 최대 2072배(책 ‘흰’) 늘었고, 대표작 ‘소년이 온다’는 521배, ‘채식주의자’는 901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소년이 온다’의 경우 10일 오후 8시 노벨문학상 발표 이후 자정까지 분당 18권씩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알라딘 측은 "2016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수상 당시 ‘채식주의자’가 분당 7권씩 판매됐던 기록의 2배가 넘는 판매량"이라고 말했다.

전국의 도서관에서도 예약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한강의 모교인 연세대 도서관에선 이날 오전 기준 대표작 ‘채식주의자’ 예약 가능인원이 초과됐고 ‘소년이 온다’ 역시 38명이 예약 대기 중이다. 성균관대, 동국대 등 타 대학 도서관에도 예약 수십 건이 몰렸다. 서울 한 대학 도서관 사서는 “대학 도서관에서 예약이 수십 건 이상 이뤄진 건 이 시기 항상 발매되는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 코리아’ 외엔 없던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당근마켓 등 중고거래 플랫폼에도 전날 밤부터 한강 책 구매·대여 문의글이 쇄도하고 있다.

한강 책을 주제로 한 독서모임 등도 활기를 띠고 있다. 독서모임 플랫폼 ‘트레바리’는 오는 23일과 26일부터 ‘기다렸어요 노벨문학상 수상, 한강’, ‘한강에서 만나요’ 모임을 시작할 예정이다. 두 개 모두 한강 작가의 대표작들을 읽고 토론하는 모임이다.

한강 작가의 수상이 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 만큼, 비교적 덜 알려진 책들을 판매하는 독립·로컬서점의 반응도 고무적이었다. 서울 중구 회현동에 위치한 서점 스틸북스에서 근무하는 강태희 팀장은 “이번 수상을 계기로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 또한 각자의 자리에서 빛날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우리 서점은 규모가 크지 않아 큐레이션 위주로 운영되는데, 앞으로 한강 작가처럼 현대사를 다룬 책이나 한강 작가의 시집을 입고하는 등 다양한 방면으로 고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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